한국은행 '정초석' 글씨는 이토 히로부미 친필

최형창 2020. 10. 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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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은행 구본관(현 화폐박물관) 건물 머릿돌에 새겨진 '定礎(정초)'라는 글자는 을사조약 체결을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친필인 것으로 21일 최종 확인됐다.

또 현장 고증 결과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토 히로부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隆熙(융희·대한제국 마지막 연호) 3년 7월 11일(1909년 7월 11일)' 글씨가 이 전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공통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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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현장 고증 결과 확인
머릿돌 왼편 글씨는 이승만 필체
'이토' 사인 지우고 위에 덮어쓴 듯
"3·1운동 비석 옆 위치해 부적절
韓銀·서울시에 통보.. 대책 검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사적 제280호) 정초석(머릿돌)의 ‘定礎(정초)’ 글씨(위 사진). 이 글씨는 이토 히로부미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문화재청이 21일 밝혔다. 아래 사진은 일본 하마마쓰시 시립 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국은행 구본관(현 화폐박물관) 건물 머릿돌에 새겨진 ‘定礎(정초)’라는 글자는 을사조약 체결을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친필인 것으로 21일 최종 확인됐다. ‘정초’ 글씨 옆에 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글씨는 이토의 사인을 지우고 그 위에 덮어쓴 것으로 추정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20일 전문가 3명과 함께 사적 제280호인 한국은행 서울 구본관을 찾아 현장 고증했다. 정초석에 새겨진 ‘정초’라는 글자는 이토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현지조사에는 일본 하마마쓰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게재된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문화재청은 ‘정초’ 글씨를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이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또 현장 고증 결과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토 히로부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隆熙(융희·대한제국 마지막 연호) 3년 7월 11일(1909년 7월 11일)’ 글씨가 이 전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공통 의견이 나왔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문화재청은 광복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이 자리가 3·1독립운동기념터라는 점이다. 이토 히로부미 친필 휘호 바로 앞에는 ‘3·1독립운동기념터’라는 비석이 놓여 있다. 비석에는 “3·1독립만세 시위대가 일제 헌병경찰과 격돌하여 200여명의 부상자를 낸 곳”이라고 설명돼 있다.

정초석 ‘이토 히로부미 친필 논란’은 2016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잡지에서 해당 사실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정초석 앞에 이 같은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을 설치해 역사적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문화재청과 서울시, 한국은행 3자 간 협의가 지연되며 흐지부지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증결과를 서울시와 한국은행에 통보키로 했다.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심의를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이 관련 조치에 속도를 내면 다음주에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에서 바로 철거 조치 요구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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