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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생명 존엄 박경리 '활인의 문학' 실천할 것"

임종명 입력 2020. 10. 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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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기자간담회
"집필 중인 '문신'에 많이 반영..그립고 감사하다"
[서울=뉴시스]윤흥길 작가. (사진 = 토지문화재단 제공) 2020.09.17.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박경리 선생은 활인의 문학을 중요시 했습니다. 살인의 문학을 하지 말고 활인의 문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그러면서 제게 큰 작품을 써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 말씀을 나중에서야 제대로 이해를 했어요."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윤흥길 작가가 박경리 선생과의 일화를 털어놨다.

윤 작가는 22일 오전 줌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된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선생은 활인의 문학을 강조하며 생명에 대해 강조했다. 그래서 '선생이 말씀하신 큰 작품이라는 성격이 바로 여기에 있구나'하고 느꼈다. 깨달은 후로는 이런 가르침들을 현재 집필 중인 '문신'에 반영해 드러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작가는 "박경리 선생은 들고양이를 돌보는 것, 밭농사하면서 비닐을 씌우면 흙을 죽이는 일이라며 하지 않던 것, 제초제를 쓰지 않고 잡초를 놔두거나 손으로 뽑던 일, 백조들이 겨울 먹이를 구하기 위해 저수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자리 살얼음을 깨는 소리를 듣고는 저수지 매몰 계획을 반대해 그대로 남게 했다는 이야기 등을 해줬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선생이 말씀한 활인의 문학은 생명의 존엄성, 생명의 가치를 살리는 문학을 말씀했던 것"이라고 보탰다.

윤 작가는 소설 '장마', '문신',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황혼의 집', '소라단 가는길' 등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 6·25 전쟁 등 체험을 회상하거나, 성인이 된 후 관찰한 현실 사회의 모순을 풍자·비판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우창 심사위원장도 이번 심사에서 "윤흥길 작가의 작품에는 삶의 원초적인 모습이 있는 듯하다. 전통과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여러 모순 관계를 탁월하게 보여준다"며 "작가의 작품 규모나 문학저술에 대한 생애적 헌신으로 보아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수상한 '박경리문학상' 이름의 주인공 박경리 선생과의 인연에 대해 풀어놓았다.

첫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년 단편소설 '황혼의 집'을 발표했을 때 현대문학 편집장이 연락해왔단다. 문단의 대선배 한 분이 윤 작가의 '황혼의 집'을 읽고 굉장히 칭찬을 하며 격려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배가 누구인지는 안 알려줬다고.

묻어두기로 하고 1976년 '황혼의 집' 단행본이 나온 뒤 윤 작가는 박경리 선생께 책을 보냈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윤 작가가 박경리 선생을 찾아뵈었더니 선생이 "현대문학 편집장한테 들은 얘기 없었냐"고 했다고 한다.

윤 작가는 이를 인연으로 박경리 선생을 자주 찾아뵈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박경리 선생은 윤 작가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고 한다. 윤 작가는 "가르침이 제대로 이행이 안 되는 것 같으면 뒤에 또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같은 말씀을 반복했다. 그리고 격려를 많이 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앞으로 토지문학관에 더 자주 오고 통영 박경리기념관에도 찾아가겠다고 다짐하며 "선생님 많이 그립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박경리 선생의 가르침 중 하나인 활인의 문학을 하는 자신만의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해학'이다.

윤 작가는 "활인의 문학을 하는데,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치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 우리 문학이나 문화의 전통 중 하나인 해학이라고 믿고 있다"며 "해학을 통하면 악인도 선해질 가능성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가난뱅이도 해학을 통하면 뭔가 구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흥부전에서 흥부가 가마솥에 밥을 한솥해서 배터지게 먹고 한 소리 한다. '부자들은 어떻게 매일 이리 먹고 사는고'라고. 이 해학 한마디, 한국 문학의 해학성, 이것을 잘 살리는 것이 활인의 문학에 크게 효용이 있겠다 싶어서 그런 요소를 작품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집필 중인 '문신'을 꼽았다. 박경리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작가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가장 건방진 말은 '제 대표작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라는 말인데, 아마 '문신'이 5권 완간되고 나면 제 대표작은 '문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소라단 가는 길'에 애착을 갖고 있다. 자전적 요소가 가장 강한 작품이고 가장 큰 마음의 짐이었던 전쟁 체험들을 정리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런데 책으로 나온 뒤 사람들의 주목을 별로 못 받기도 했다. 그래서 못난 자식 더 챙기는 부모 심정으로 애착이 간다"고 했다.

윤 작가는 심혈관 질환으로 치료받는 중이다. 그는 "전에는 하룻밤 꼬박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조심하고 있다. 2018년 말 문신 3권을 내놓고 2019년까지 5권 완간을 계획했는데 자꾸 늦어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 치료받으면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어 남은 부분들을 열심히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수상 소감을 묻자 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 대사를 인용했다.

그는 "제 졸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작중인물 권씨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 이래봬도 안동 권씨요, 나 이래봬도 대학 나온 사람이요'라는 대사다. 두 대사가 독자들한테 재미있게 읽힌 모양이더라. 저는 이제 권씨를 흉내내가지고 '저 이래봬도 박경리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이 강원도와 원주시 후원을 받아 2011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박경리 작가를 기리기 위해 전 세계 소설가를 대상으로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이 시대의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수상자 윤 작가에는 상장과 상금 1억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오전 11시30분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과 공식 행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진행된다. 전날인 23일 오후 7시30분에는 강원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금난새 예술 총감독의 지휘와 뉴월드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진행되는 수상 축하음악회도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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