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앞 '단역배우 자매사건' 천도재 "딸 죽인 가해자 치워야"

김예리 기자 2020. 10. 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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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tvN·YTN 등 방송사가 밀집한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 '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천도재가 22일 열렸다.

피해자인 양소라씨는 가해자들을 고소했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고통을 호소하다 2006년 고소를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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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출연자 집단성폭력·2차가해 피해자 고 양소라·소정씨 천도재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MBC·SBS·tvN·YTN 등 방송사가 밀집한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 '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천도재가 22일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천도재를 공동주최했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2004년 보조출연 관리자 등 12명이 한 보조출연자 여성을 집단 성추행·성폭행한 사건이다. 피해자인 양소라씨는 가해자들을 고소했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고통을 호소하다 2006년 고소를 취하했다. 소라씨는 2009년 8월 생을 마감했고, 보조출연 자리를 소개했던 동생 소정씨도 6일 뒤 숨졌다. 아버지는 두 달 뒤 뇌출혈로 숨졌다.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천도재를 치르게 된 사정을 알리며 “어머님 장연록씨는 두 자매가 돌아가신 10년 전 실성한 상태였다고 한다. 어머님이 천도재를 하려 사찰을 찾았지만 사찰에서도 어머니 상태를 보고선 치를 수 없다고 했고, 가슴에 품고 있다 따님이 돌아가신 뒤 10년 만에 천도재가 치러진다”고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천도재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영정사진. 사진=김예리 기자

어머니 장연록씨는 “오늘은 좀 길게 썼습니다. 들어주십시오. 알리고 싶었습니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장연록씨는 “마치 조금 전 일 같은 죽음이다. 4명 중 3명이 떠나고, 체온을 나누던 강아지마저 떠나 홀로 딸들이 남긴 말을 잊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며 “'엄마는 강하니까 원수 갚고 20년 뒤 만나자'는 유언”이라고 했다.

장씨는 “어느 날 무심코 티비를 보는데 (제작진 크레딧에) 가해자 이름이 나왔다. 내 가정을 풍비박산 낸 이름”이라며 “그 뒤로 이곳 저곳을 뛰며 싸우고 시위를 해왔다. (가해자들로부터) 수없이 고소당하고 육두와 폭행, 구정물 세례를 당하고, 심지어 (가해자가) 개도 풀었다”고 했다. 장씨는 “더한 것은 경찰이다. 썩고 썩었다”며 “2차 가해한 경찰 조○○은 지금 광명경찰서 상황실에 숨어있다”고 했다. 조○○씨는 2005년 1월26일~4월30일 소라씨의 사건을 맡아 조사했다. 소라씨는 당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가출했고, 장씨는 경찰이 사건을 종결한다고 말했다며 조사 지속을 요구하는 진정서와 조사관 교체 탄원서를 제출했다. 조씨는 2차가해를 부인하고 있다.

▲소라·소정씨 어머니 장연록씨.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천도재를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소라·소정씨 어머니 장연록씨가 22일'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천도재가 진행되는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장씨는 이어 “더욱 썩은 것은 대한민국 방송계, 방송국이다. 20년이 다 돼 가도록 가해자들에게 끊임없이 일감을 준다”며 “지금도 몇몇 PD의 수첩에는 가해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다. 그들은 20년 넘도록 함께 일했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죽음의 열쇠를 쥔 현장 반장들을 인격 있는 반장들로 교체해야 한다. (방송사와 제작진은) 내 딸들을 다 죽인 가해자를 갈아치우셔야 한다.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달라”며 방송사 건물을 향해 외쳤다.

장씨는 “앞으로 9년동안 투쟁하겠다. 딸들은 편히 쉬시라”며 “1초만이라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깝다. 보고싶다. 그립다”는 말로 끝맺었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천도재를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천도재를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단역배우 자매 사건' 피해자인 고 양소라, 양소정씨의 어머니 장연록씨가 22일 소라, 소정씨의 천도재가 진행되는 가운데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조계종 사회노동위 부위원장인 지몽스님과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이 추도사를 읽었다. 이 센터장은 “두 자매가 돌아가신 뒤 12년이 지났지만 가해자는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활보하며 살아간다. 2차 가해로 두 자매를 죽인 경찰은 경찰직을 수행하고 있다. 범죄자인 경찰이 올바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센터장은 목메인 소리로 “홀로 남은 어머니는 눈과 비를 맞으며 12년간 쉬지않고 억울함 풀어주기 위해 목놓아 싸워왔다”며 “억울함을 반드시 풀고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할 테니 두 따님과 아버님은 아픔도 슬픔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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