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의 개성연락소 폭파는 韓美훈련 탓"..황당한 통일 교재

연규욱 2020. 10.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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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산하 기관의 北편향 교육자료 논란
북한 주장에 사실상 동조
대북제재도 조목조목 비판
친북 교육자료 책으로 묶어
전국 공공도서관 배포 추진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까지 이어진 북한의 대남 적대 행위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때문이라는 주장이 담긴 보고서를 교육 자료로 발간한다. 통일교육원은 이를 책으로 엮어 전국 공공도서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대북 관계에 대한 균형적 시각이 결여된 자료를 교육용 저서로 배포하는 데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통일교육원에 따르면 최근 '세계 정치경제 변화와 한반도 평화 및 통일 전망' 연구보고서가 완성됐다. 통일교육원은 해당 보고서를 교육용 저서로 편집해 전국에 있는 대학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 2000부를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비롯한 북한의 대남 적대 행동의 원인이 한국과 미국에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남북 관계가 2020년 6월 최악의 긴장 국면에 빠졌다. 2019년 8월 현재 교착상태를 초래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실시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만난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청했지만, 그해 8월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한 데 대해 북한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일부 진보 진영에서 내세웠던 '한국 책임론'과 일맥상통한다.

보고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CVID)'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한미 동맹에 근거해 CVID 비핵화(한미 동맹+비핵화)를 요구하는 안은 현실적으로 평화 체제와 양립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북한발 위기와 한국발 전쟁 불사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현 대북 제재의 문제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보고서는 "제재가 상대방(북한)의 도발(핵개발)을 '응징'해 스스로 비핵화에 나서게 하기 위한 것일 때는 응징국 역시 매우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며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베르사유 체제가 추진한 징벌적 제재가 원상 회복을 이루기보다는 새로운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보수 정권과 현 트럼부 정부의 '선비핵화' 정책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 그 궁극적 목표는 CVID나 북한의 선비핵화가 아니라 신뢰 형성과 이에 근거한 평화 체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핵-평화가 아니라 평화-비핵이라는 순서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보수 정권의 대북 정책을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비판의 강도가 세졌다. 보고서는 "2016년 북한의 4·5차 핵실험을 전후해서는 오로지 대북 제재 만능론에 빠져 눈앞의 위기에 눈감고 독전론만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해당 보고서는 통일교육원이 대학교수 6명에게 개별적으로 의뢰해 작성됐다. 통일교육원 관계자는 '진보 진영의 주장 위주로 담겨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통일부의 공식 의견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출판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전북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를 출간해 유명세를 탔던 메디치미디어가 맡았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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