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월성 원전 방사성물질이 후쿠시마 130배?

이가혁 기자 입력 2020. 10. 22. 21:24 수정 2020. 10. 22. 21: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낼 방침을 이달 안에 확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의 130배다"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저희 팩트체크 결과, 터무니없는 주장이었습니다.

이가혁 기자, 일본 현직 의원이 한 말이죠?

[기자]

아오야마 시게하루 일본 자민당 참의원이 어제(21일) 일본 한 라디오 방송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내보내는 삼중수소가 실제로는 한국 월성원전의 100분의 1, 130분의 1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발언 출처는 지난해 12월 아베 당시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산케이신문이 어떤 근거로 나온 말인지 보도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삼중수소가 1300억 베크렐, 그런데 월성 원전은 17조 베크렐"이라고 썼습니다.

[앵커]

'사고 원전인 후쿠시마에서 나오는 오염수가 월성 원전보다 방사성 물질이 더 적다. 100분의 1이다.' 이런 주장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되지 않는데, 사실입니까?

[기자]

사실이 아닙니다.

2016년 한 해 동안을 기준으로, 월성1호기 배출수의 삼중수소는 23조 베크렐, 산케이신문이 '서브드레인'이라고 표현한 후쿠시마 '배출수'의 삼중수소는 1300억 베크렐입니다.

정확히는 약 177분의 1이죠.

하지만 이건 잘못된 비교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반적인 원전의 배출수는 냉각수인데, 이 냉각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지 않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방사능 오염 우려는 없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다릅니다.

핵연료를 포함하고 있는 원자로 중심부가 녹아내린 상태죠.

주로 냉각수, 그밖에 원전지역에 흘러든 빗물이나 지하수가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되는 게 문제인 겁니다.

일본 정부는 이걸 흔히 알프스(ALPS)라고 부르는 제거설비에서 정화 후 일단 저장 중입니다.

아베 전 총리가 100분의 1이라고 월성과 비교했다는 '배출수'는 사실 '원전에서 배출했다'고 볼 수 없는 물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멀리서 원전을 향해 흐르는 지하수의 경우 고농도 오염을 막기 위해 미리 길목에서 뽑아내서 바다로 버리는데, 바로 이 물을 말한 겁니다.

원자로에 들어간 적이 없으니 애초에 삼중수소가 많이 생성될 리가 없는 겁니다.

참고로 이 뽑아 올린 지하수는 국내 원전처럼 고농도 삼중수소를 처리하는 과정도 따로 거치지 않습니다.

[앵커]

지금 일본 정부가 배출하겠다고 하는 건 쌓아놓고 있는 오염수잖아요. 일본 정치인이 엉뚱한 비교로 호도했다는 거군요?

[기자]

현재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건 다른 방사성 물질은 거의 완전히 정화가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제거하지 못한 삼중수소는 희석해 방류하겠다는 겁니다.

굳이 따지면 100분의 1이 아니라, 외국 원전들과 똑같이 하겠다, 이런 주장입니다.

[앵커]

그런 주장이 '신뢰할 만한 한 것이냐'도 쟁점이잖아요?

[기자]

그동안 일본 정부의 대응을 보면 우려되는 장면이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정화해 삼중수소만 빼곤 다 없앴다고 알려졌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게 밝혀지면서, 지금은 '2차 정화'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믿을 수 있느냐, 이게 문제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 지난 4월에 후쿠시마 상황을 점검한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모든 이해관계자와 대중에게 정보 공유를 보장하라"고 밝혔습니다.

이해관계자에 주변국인 우리나라도 포함됩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TF에도 현재 입장을 물었습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 주변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라는 걸 일본에 요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오늘 여당에서 주한일본대사에게 '국제사회와 동의를 얻어가며 일하라'고 요구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