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의성군에 2030 젊은피 몰려드는 까닭은?

홍대선 2020. 10. 2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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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
정부·기관·단체 30여곳 참여
일자리·주거·복지 밑돌 깔아
도시청년 불러들인 의성 사례 주목
'인구소멸' 벼랑끝서 귀농귀촌 마을로
2년 사이 외부청년 108명 터 잡아
홍성·나주·함양 등도 지역재생 실험중
"농촌 부흥 가능성 확인, 전국 확산 모색"
경북 의성군 안계면 시안리 일대에 조성된 스마트팜 온실에서 작업중인 청년들. 의성군 제공

인구 5만명이 조금 넘는 경북 의성군은 외형상 저출생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여느 농촌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5년 동안 5개 초·중·고교가 폐교됐고,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대표적인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꼽혔던 의성군에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 도시에 살던 20~30대 청년들 유입이 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의성군에 터를 잡은 외부 청년은 108명이다. 지역재생 프로그램인 ‘의성 살아보기’를 통해 농촌을 탐색하는 청년들도 부쩍 늘었다. 의성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1일 오후 의성군 국민체육센터 대강당에서는 농촌 부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들을 발굴하고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정현찬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은 농산어촌 유토피아 기획단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3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농산어촌 유토피아’ 의성 토론회 참가자들이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토론회에서는 의성군 지역재생 사례에 큰 관심이 쏠렸다. 의성군의 귀농·귀촌 인구는 청년들 창업과 지역 정착에 힘입어 2014년 419명에서 지난해 1114명으로 늘었다. 지난 5년 일자리는 3500개가 늘었고 주요 관광지의 입장객은 65만명 증가했다. 지난 4월 대구에서 의성으로 옮겨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장명석(28)씨는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오기는 했지만 여기서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남고 싶다. 도시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지친 제 또래들이 새 터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농산어촌 유토피아’ 토론회가 열린 경북 의성군 국민체육센터 대강당에서 김주수 의성군수가 지역재생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의성군이 활력을 찾고 있는 데는 지역재생 전략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와 주거, 복지가 두루 갖춰진 ‘이웃사촌(청년) 시범마을’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기존 정책을 행정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지역개발에서 지역재생으로 전환했고 여기에 통합 지원 정책에 역량을 집중한 게 주효했다. 체험 프로그램인 ‘의성 살아보기’를 통해선 지역 탐색에 나선 청년들을 불러들였다. 처음 15명을 모집했더니 도시 청년 75명이 신청했고 두번째 모집에는 115명이 몰렸다. 이 가운데 9명이 장씨처럼 올해 의성군 주민이 됐다.

의성군의 지역재생 전략이 힘을 발휘한 데는 빈집 리모델링과 함께 주거단지 조성에 나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원이 큰 디딤돌이 됐다. 권세연 한국토지주택공사 균형발전처장은 “중장기적으로 전국 농촌에 임대주택과 일자리단지, 복합생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4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성군은 의료와 교육 여건이 개선되면 지금보다 외부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정규 의성군 이웃사촌지원센터장은 “‘의성 모델’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관련 사업의 통합 추진과 지원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전원회귀의 문명 전환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원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맞추어간다면 농촌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 1호점에 선정된 청년들이 창업 카페 ‘꽃이 숲을 이루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의성군 제공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상은 농업인과 농촌 주민을 넘어 도시민 등 국민 전체로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기존의 농촌개발 사업과 구분된다. 2018년 12월 서울 토론회를 시작으로 충남 홍성, 전남 나주, 경남 함양을 거쳐 경북 의성 토론회까지 시범계획 수립과 현장 토론회, 협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농산어촌 유토피아’를 주창한 성경륭 이사장은 “도시가 없는 농촌, 그 반대인 농촌이 없는 도시는 존재하기 힘들다”며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생명, 에너지, 공동체를 중심에 놓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먼저 준비된 곳부터 실행에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의성/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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