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독감 백신 때문일까? 주목할 만한 전문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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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영 기자]
인플루엔자(이하 독감) 백신 예방 접종 후 사망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 강기윤 간사를 비롯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건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오전 국정감사에서 "제품 자체의 안전성 문제는 아니라고 현재는 판단을 하고 있어서 접종을 중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독감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코로나19와의 합병증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독감 백신 과거 사망사례
독감 백신은 임신 초기에도 맞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백신의 하나이고, 백신 접종의 역사가 길어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입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의 흑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76년 미국 포드 대통령 시절 신종 돼지독감이 급속도로 퍼지자 미국 정부는 스페인 독감보다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서둘러 백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백신은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되었고, 4500만 명에게 접종했습니다. 그런데 접종자 중 수백 명에게서 길랭-바레 증후군이 발생한 것입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말초신경 또는 뇌신경을 공격해 발생하는 신경의 염증성 질환입니다.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회복이 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당시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렸던 사람들 중 최소 30명이 사망했고, 이 사건은 최악의 독감 백신 부작용 사태로 남아있습니다. 이후 수년간 미국에서는 백신에 대한 공포가 나타났고, 백신 접종률의 감소로 인해 다른 전염성 질환이 확산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영국 내 임상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척추염증 장애로 추정되는 질환이 발견돼 시험을 중단한 적도 있습니다.
▲ 22일 오전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독감 백신 상온 노출 문제 등으로 중단됐던 국가백신 접종 사업이 재개되면서 70세 이상 고령층이 지난 19일 한꺼번에 의료기관으로 몰린 것도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독감 접종은 지난 6일 75세 이상 고령층부터 단계적으로 접종하기로 계획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온 노출 백신 등의 이슈로 인해 지난 19일부터 70세 이상 고령층 접종으로 변경되었고, 백신 부족 등의 언론보도 이후 독감 백신을 접종하려는 인원이 쌀쌀한 날씨에 새벽부터 의료기관에 줄을 서는 등 백신 접종 시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독감 백신은 접종 전후의 건강 상태가 중요한데, 좋지 않은 건강 상태에서 긴 대기시간을 기다려 접종하는 등의 나쁜 환경이 사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19~20일 이틀간 의료기관을 찾아 독감백신을 맞은 62세 이상 고령층은 329만 5869명이고, 19일 하루에만 180만 명이 접종을 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한꺼번에 접종을 받아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관계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관계는 인과 관계가 적다고 주장합니다. 즉 백신 접종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시간상 선후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잡지 <스펙테이터>(The Spectator) 2020년 9월 5일자에서 제레미 브라운은 "백신은 안전해야 하지만, 안전하게 보일 필요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백신에 대해 대중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접종을 하게 되는 경우 백신에 대한 불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1976년 한스 노이만 박사의 <뉴욕타임스> 기고를 인용합니다. 노이만 박사는 "2억 미국인들이 독감주사를 맞기 시작하면 예방 접종을 실시한 지 이틀 내에 2300명이 뇌졸중을 일으키고 7000명이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독감 백신 때문에 발생한 결과가 아니라 매주 발생하는 정상적인 수치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노이만 박사는 대중들은 머지않아 독감 백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시간적 선후 관계와 인과 관계의 혼동으로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이만 박사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독감 백신을 맞은 노인 요양원 환자 3명이 같은 날 사망했고, 언론들은 독감 백신을 맹비난 했습니다.
▲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접종할 독감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70세 이상 사망자가 하루 평균 560명인데, 이 중 절반은 독감 백신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전에는 질병으로 분류될 사망자가 독감백신 관련으로 발표되면서 숫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역시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 관계 보다는 단순한 선후 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는 설명입니다.
신종플루의 유행이 한창이던 2009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던 2015년에는 다른 해보다 독감 예방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많았습니다. 역시 대중의 관심이 독감 예방 접종에 집중이 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2015년 독감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사례는 신고된 건만 12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독감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언론도 자극적인 보도보다는 과학적인 분석에 입각한 사실관계 보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독감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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