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다수의견은 "추미애 지휘권, 직권남용"

이정구 기자 2020. 10. 24.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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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대검 국감에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하고 부당한 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법학자와 법무장관·검찰총장을 지낸 법조인들은 “위법·탈법이 맞는다”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법조계 의견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검찰청법 12조는 ‘총장은 대검 사무를 처리하고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이다. 12조는 검찰총장에게 전국 검찰청에서 수사 관련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부여했고, 8조는 법무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총장을 통해서만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8조 뒷부분의 ‘검찰총장의 지휘·감독’ 부분에 근거한다. 남발하면 일선 검사들의 수사·소추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딱 한 차례 행사된 이 권한을 추 장관은 4개월 동안 세 번 발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22 국회사진기자단

허영 경희대 법대 석좌교수는 “장관의 수사지휘라는 것은 천정배 전 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불구속 기소를 지시한 것처럼, 개별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라고 지휘를 내리는 것”이라며 “추 장관처럼 총장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지휘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8조(장관의 지휘·감독)를 근거로 12조(검찰총장)에서 정한 총장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고 위법이라는 뜻이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장관이 검찰 사무에 관해 지휘·감독한다는 것은 행정 기능으로서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것이고, 수사·소추 기능은 검찰청법에 따라 총장을 정점으로 하고 있다”며 “장관이 개입해 박탈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총장은 “윤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 부당하다’고 한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전체 검사를 대표한 절규나 마찬가지”라며 “추 장관이 폭군처럼 원칙도 없이 수사지휘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강한 정파(政派)성을 띤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은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할 직책”이라며 “정권이 관련된 의혹이나 수사와 관련해서 추 장관이 국면 전환용으로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촉발된 '추미애-윤석열 대립'이 크게 격화된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한 전직 법무장관은 더 나아가 “추 장관이 법에 규정된 총장의 임무를 아예 못 하도록 한 것은 법치를 흔드는 직권 남용”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추 장관이 채널A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을 때, 대검은 ‘(발동 즉시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적 처분이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법조인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그 자체로 직권남용 범죄가 완성됐다는 것을 돌려서 밝힌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정반대의 해석으로 맞서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7월 채널A 사건 관련 지휘권 발동을 하면서 “검찰청법 8조 규정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총장에 대한 사건 지휘뿐만 아니라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취지의 포괄적인 감독 권한도 장관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장 지휘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이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장관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신평 전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청법 8조는 정무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추 장관 거꾸로 그것을 근거로 자신이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것처럼 지휘권을 남발한 것은 완전한 법리 오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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