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키스할까" 성희롱 부인했지만, 그 카톡엔 "극도로 흥분"

현일훈 2020. 10.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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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3월 3일 동남아 한 개발도상국.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 소속 해외봉사단원인 여성 A씨가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같이 일하는 남성 B씨였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너무 예뻐서 같이 자려고”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 나가라”고 했지만 B씨는 “우리 키스라도 할까. 뽀뽀만 하자”며 다가와 A씨 다리를 만졌다.

#2. 2017년 6월 중동 지역 한 코이카 사무실. 코이카 현지 여성 직원이 결재를 받으려는데 코이카 소장 C씨가 덥석 손을 잡더니 “아름다운 반지를 끼는 만큼 사무소도 더 아름답게 꾸미라”며 손을 계속 주물렀다. 비슷한 시기, 다른 현지 여성 직원에게는 “차량 뒷좌석에 앉으라”고 하더니 그 옆에 앉아 허벅지를 누르듯 만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코이카 해외봉사단 징계 현황(2017~2020년)'에는 성희롱·근무 태만 등의 징계 사례가 있었다. [중앙포토 자료 사진]


23일 코이카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해외봉사단원 및 임직원 징계 현황’에 나온 사례 중 일부다. 첫 사례의 피해자 A씨는 B씨가 성희롱을 했다고 신고했다. 코이카는 내부 조사를 한 후 A씨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판단해 징계(계약 해지)를 내렸지만 B씨는 자격 박탈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성희롱의 판단 근거가 그녀의 진술 뿐이라고 억울해했다.

하지만 법원 역시 지난 7월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다리를 만지고 여러 차례 ‘뽀뽀를 하자’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청구 기각)했다. “계속 거부하니 B씨가 ‘머쓱하게 왜 그러냐’고 되려 물어봤다”, “숙소 앞에서 ‘네가 때로는 어리게 보이는데 때로는 성숙하게 보여서 그런 행동을 했다’라고 했다” 등 A씨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본 결과였다.

2017~2020년 징계를 받은 코이카 임직원은 총 22명이었다. [중앙포토 자료 사진]


태 의원이 공개한 판결문에는 둘이 사건 직후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도 있었다. 남성 B씨는 “스스로 극도로 흥분하고 많은 상상으로 나의 자아를 상실한 행동에 너를 대할 수 없어 만나지 않겠으니 여행 잘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다음 날 A씨는 “끔찍하다.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두번째 사례의 가해자 C씨는 해임됐다. KOICA 특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C씨는 혼자 쓰는 사무실에 결재를 받으러 온 현지 여성에게 “내 옆으로 와서 모니터를 함께 보자”며 손을 잡는가 하면, 행사 때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밀착하는 등 추행했다. 코이카 감사보고서에는 “C씨는 냄새와 소리에 민감해 사무소 건물을 공유하는 코트라(KOTRA) 측에 일체의 소리 및 조리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냄새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담겨 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뉴스1


지난해 동남아 한 국가에서 일한 D씨는 138일 중 85일의 근태가 누락됐다. 동료직원들은 자체 감사에서 “'보모', '유치원' 등의 사유로 사무소에 정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사무실 이전으로 인한 새집 증후군 때문에 사무소 밖에서 일한다고 했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 이에 D씨는“카페나 인근 쇼핑물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했고 코이카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태 의원은 “코로나 19 사태로 해외 사무소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질 수 있다”며 “외교부와 코이카는 성범죄, 갑질 등 각종 비위 사례 발생 시 이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이카는 2017년 10명(해임1·강등1·감봉3·견책5), 2018년 7명(해임1·감봉3·정직2·견책1), 2019년 4명(정직2·감봉2), 2020년 1명(감봉1)을 징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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