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호텔' 소송 봇물.."노후 날렸다" 분통

윤나경 입력 2020. 10. 24. 08: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호텔을 짓고 매달 수익금을 돌려주는 형태로 운영되는 '분양형 호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때 정부가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권장했는데, 실제 호텔 운영 단계에서 공급 과잉과 부실한 관리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분양형 호텔이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고 하는데요.

윤나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택항 근처의 한 글로벌 브랜드 호텔.

6개월째 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천장에는 곰팡이가 피어있고, 전기마저 끊겼습니다.

["전기요금 7천만 원을 미납해 놓고 (운영사가) 도망을 간 거예요."]

개인이 객실을 분양 받고 운영 수익의 일부를 배당 받는 '분양형 호텔'.

최고 8% 수익률을 안겨준다던 운영사는 영업난을 이유로 파산해버렸습니다.

[김환희/분양형 호텔 피해자 : "계약서를 믿고 다들 힘든데 투자를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딱 10개월 돈을 주더니 (수익금) 못 줘."]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 호텔 분양 광고, 현실에는 없었습니다.

1미터 거리 바로 앞 건물에 시야가 막혀 있습니다.

경영이 어렵다며 수익금은 2년째 주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호텔은 소송 때문에 계약한 방에 들어가 보지도 못합니다.

["바퀴벌레 나오고, 곰팡이 피었다고 해서 진짜인지 보러온 거예요. (그건(호텔은) 제 거고요.)"]

2012년 정부는 외국인 관광 수요에 대비하겠다며 '호텔 특별법'을 만들어 각종 규제를 풀어줬습니다.

당시 신문 광고 등에 자주 등장하면서,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한 노년층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안OO/분양형 호텔 피해자/음성변조 : "7% (수익률이) 나온다고 하니까 노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규제 완화로 호텔이 넘쳐나자 여기저기서 파산이 잇따랐고, 약속한 돈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 기준, 전국 분양형 호텔 가운데 단 1곳을 뺀 나머지 모두가 소송을 벌일 정도입니다.

["열쇠 내놔라!"]

소송에서 이겨도 다른 법인에서 자금을 빼돌리면 돈을 돌려받기도 어렵습니다.

[전국분양형호텔연합회 관계자 : "(운영사가) 매년 몇십억 원씩 (수익금을) 줘야 되는데 '법인 바꿔치기' 하면 다시 착복할 수 있어요. 그것도 합법적으로."]

퇴직금을 날리거나 빚더미에 앉은 피해자들은 노후가 막막할 뿐입니다.

[정민화/분양형 호텔 피해자 : "죽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싸움을)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아무 것도 모르는 심리를 이용해서 계속 지치게 만든다는 거죠."]

[조성찬/변호사 : "(호텔) 운영사가 대부분 시행사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예요. 법적 책임을 회피해나가는 수단에 불과하고요. 운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수익금이 발생할 수도 없어요."]

특별법 제정에 발 벗고 나섰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작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며 발을 뺐습니다.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 "아무도 모니터링하거나 통제하지 않았던 상황, 이런 것들이 공급 과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공급이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입니다)."]

분양형 호텔 피해자는 자체 추산 5만 명, 허술한 법률 제정과 정책 실패가 수많은 국민들에게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안겼습니다.

KBS 뉴스 윤나경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김대영

윤나경 기자 (bellenk@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