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보유 주식 물량 240조원.. "10조원 매물 폭탄 나올수도"

정해용 기자 2020. 10.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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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이상 보유자 9만3500명, 금액은 241조5415억원
최대 매도 물량 10조1000억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연말 기준)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안을 강행하려는 가운데,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연말까지 주식을 급격하게 파는 일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9만명이 넘는데 이들이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매도물량을 쏟아낼 것이란 얘기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보유금액만도 240조원이 넘는다. 이 중 일부만을 매도해도 시장은 작지 않은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 10조원이 넘는 매도 폭탄이 쏟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가진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의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상당한 물량을 연말까지 매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 지정은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시점에 보유한 주식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때문에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
해서는 결제일을 고려해 12월 마지막 거래일의 2거래일 전(올해는 12월 28일)까
지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과거에도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던 해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평년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을 순매도해왔다.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 변화가 있었던 2017년 말(25억→15억)과 2019년말(15억→10억)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각각 약 5조1000억원, 약 4조8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1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다른 해보다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올해는 3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보유총액이 전체 개인투자자 중 60%에 육박하면서 주식 매도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특정주식을 3억원 이상 갖고 있는 주주 수는 9만35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전체 개인 투자자의 2% 미만이지만,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241조5415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 총액(417조8893억원)의 57.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2012년 이후 12월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를 해왔다"며 "대주주 기준이 3억원으로 변경되는 올해 말에는 개인 매물 압박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17년과 2019년에 비춰 봤을 때 올해는 개인투자자들이 8조8000억원에서 10조1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겸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원은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이 강화됐던 2017년(40% 감소)과 2019년(33.3% 감소)의 기준 변화 폭을 고려하고 요건 강화가 개인 순매도세에 미치는 영향력 등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 12월에 8조8000억원에서 10조1000억원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 순매도세로 인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다른 개인 투자자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이 이미 양도세 회피를 위한 순매도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총 965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초부터 개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1조2714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4조9663억원을 순매수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김 연구원은 "개인 매매 비중이 80~90%대를 넘어 개인 수급 민감도가 높은 코스닥지수 뿐만 아니라 지난 15년간 개인 매매 비중이 40~50%대를 유지했던 코스피지수도 올해는 개인 비중이 67%까지 확대돼 개인들에 의한 수급 변동에 시장이 이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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