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전문가들 "바이든, 비핵화 없이 김정은 안 만날 것"
국민일보, 미국 대선 앞두고 한반도 전문가들 인터뷰
미국 전문가들 “바이든, 김정은 만날 가능성 낮아”
“김정은, 바이든 전제조건 동의 안할 것”
“바이든, 김정은 ‘폭력배’ 불러 북한 도발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음달 3일(현지시간) 실시될 대선에서 승리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지난 22일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그(김정은 위원장)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이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능력 축소’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만남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을 “폭력배(thug)”라고 부르며 반감을 드러냈다.
국민일보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 5명과 가진 전화·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아 북·미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칼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구원은 “북·미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바이든은 트럼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북한은 바이든이 제시한 ‘북핵 능력 축소’ 전제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제조건에서부터 이견이 있기 때문에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주장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은 “바이든의 대북 정책이 모호하다”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을 ‘폭력배’라고 부른 것과 관련해 “향후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반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후속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는 미국 대선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했던 ‘사진찍기용(photo opportunity)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예전부터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은 비핵화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한 북·미 정상 간의 직접 담판보다는 전통적인 상향식(bottom-up) 외교 접근법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서 실무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바이든이 김정은을 ‘폭력배’라고 부른 것에 대한 보복으로 향후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은 강력한 공세가 북·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가끔 그들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면서 “2009년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을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가우스 국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바이든 입장에선 아무런 성과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과 김정은의 만남이 성사되기 위해선 북한이 바이든이 제시한 ‘북핵 능력 축소’ 전제조건에 동의해야 하는데, 북한은 그 전제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우스 국장은 그러면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미 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마지막 TV토론에서 바이든이 북한 관련 발언을 할 때, 나는 바이든이 북한 문제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이 ‘핵능력 축소를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김정은을 ‘폭력배’로 부른 것은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또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모호하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그가 고른 소수의 전문가들과의 회의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바이든이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칠 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지금 비핵화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치웠다”면서 “바이든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을 경우에 한해 바이든은 김정은을 만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바이든은 북한 문제에서 트럼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리도프 연구원도 ‘바이든·김정은 회동’의 조건으로 북·미 실무협상에서의 진전을 꺼냈다.
그는 “실무협상 단계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리도프 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한 문제에서 ‘탑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직접 담판 외에는 선호하는 다른 방식이 없다”면서 “하지만 이 접근법은 실무협상의 신뢰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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