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에 자전거 태운다는데..'기다려줄까' 우려도

최은경 2020. 10.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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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22대 운행
차 뒤에 거치하거나 차 안에 싣거나
"버스운행 시간 차질 예상" 등 우려도
자전거를 실었을 때 거치대 모습. [사진 서울시]
자전거를 싣지 않았을 때 거치대 모습. [사진 서울시]

“현실성이 없어 보이네요”
“시범으로 끝나겠네요”
서울시 ‘시내버스 자전거 휴대 승차’ 시범사업 소식이 전해진 뒤 자전거 이용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댓글들이다.

서울시가 택시·지하철에 이어 시내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게 했다. 우선 시범사업을 한 뒤 부족한 점을 개선해 확대할 계획이지만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업의 현실성을 두고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는 오는 26일부터 두 달 동안 차량 외부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거나 내부에 자전거를 들일 수 있게 한 시내버스 22대를 시범 운행한다고 23일 밝혔다.

네티즌들은 “외부 자전거 거치를 누가 하느냐” “거치대에서 자전거 내릴 때까지 버스가 기다려주겠나.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가 떠나버리면…” 등 궁금증을 나타냈다.

휠체어 전용 공간이 있는 전기버스에만 자전거 내부 휴대가 가능하다. [사진 서울시]

사업 대상은 한강·청계천·월드컵경기장 등 주요 관광지를 지나는 5개 버스 노선이다. 평일에는 출퇴근 시간(오전 7~10시, 오후 5~8시)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주말에는 전 시간대 이용할 수 있다.

버스 뒤쪽에 거치대를 설치한 버스는 6657번(양천공영차고지~까치산~가양동) 6대, 7730번(난지한강공원~백련산~북한산) 3대다. 거치대에는 최대 자전거 2대를 실을 수 있으며 버스 승·하차 시 자전거 탑승객이 직접 거치해야 한다.

내부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한 버스는 162번(정릉~명동~여의도) 5대, 6513번(가산디지털단지~여의도~서울대) 4대, 7612번(서대문~홍대입구~영등포) 4대다. 이 버스들은 휠체어 전용 공간이 있는 차량으로 자전거를 이 공간에 세워야 한다.

공간 제약이 있어 이동 중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에 타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자전거 승객은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이때 요금은 환불해준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이번에 서울시가 버스에 반입할 수 있게 한 자전거는 성인용으로 한정된다. 전동 킥보드, 전동 휠 같은 개인 이동수단이나 운반용 자전거, 유아용 자전거, 짐 등 부착물이 있는 자전거는 대상이 아니다. 노병춘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전동 킥보드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아 규정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량 뒤 거치대에 자전거를 실은 택시. 서울시는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 택시 10대를 시범 운행 중이다. [사진 김충식 마카롱택시 대표]

접이식 자전거, 유모차 등 이동 수단별 시내버스 반입 여부에 관한 기존 규정은 따로 없다. 서울시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에 나오는 규격에 따르면 된다.

서울시는 시범 사업을 위해 이 약관을 개정했다. 약관 제17조에 따르면 시내버스 휴대품의 차내 반입 허용량은 1인당 중량 20㎏ 미만, 규격 50x40x20㎤ 미만이지만 성인용 자전거는 이 규격에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자전거 승·하차 시, 운행 중 자전거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자전거가 파손되면 자전거 소유자가 책임져야 한다. 외부에 거치한 자전거가 떨어지거나 파손돼도 일차적으로 자전거 소유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버스 측이 배상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시내버스조합은 보상 한도 5000만원의 보험에 가입했다.

서울시는 자전거 휴대 탑승 전 버스정보안내기(BIT), 카카오·네이버 버스 앱으로 정보를 확인하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전거 휴대 승차가 가능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지자체는 없다. 제주도가 2010년 거치대 설치 버스를 운행했지만 이용률 저조로 사업을 접었다. 서울시는 시범 운행 뒤 반응에 따라 내년 상반기 노선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버스 자전거 휴대 승차 소식에 “노선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며 환영하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버스 후면 거치대는 사용법을 모르거나 잘못 거치하면 버스운행시간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자리가 한정돼 있어서 효율성이 없어 금방 철회할 듯하다” 등 부정적 반응도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2개월 간 7호선에서 '지하철 자전거 평일 휴대 승차' 시범운영을 한다. 다만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혼잡도가 높은 출퇴근 시간대는 제외된다. 사진은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된 서울지하철 전동차. 연합뉴스



“배차시간, 안전문제 고려해야”

“자전거 내리다 차 출발하거나 뒤에 도착하는 버스에 다칠 수 있을 것 같다” “평일 지하철이나 타게 해주지”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 자전거 마니아는 “유럽 등 외국에 자전거를 싣는 버스가 많이 다니지만 시내가 복잡하고 교통량이 많은 서울에서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싣는 데 적어도 2~3분은 걸릴텐데 버스 배차시간과 안전 문제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과장은 “배차시간 우려 때문에 출퇴근 시간은 제외했고 전문가 시연으로 안전성을 시험했다”며 “3월 사전 조사에서 자전거 동호회 1480명 중 70%, 따릉이 회원 중 32%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어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우선 시범으로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 예산은 1400만원(거치대 설치 600만원, 홍보 800만원, 보험비는 별도) 정도다.

자전거 친화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는 지난 7월 마카롱택시와 제휴해 택시 9대에 자전거 거치대를 장착해 시범 운행하고 있다. 9월부터 10월 말까지 지하철 7호선에 한해 평일 자전거 휴대도 허용했다.

김충식 마카롱택시 대표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예약제에서 즉시 호출제로 서비스를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다만 거치대값이 비싸고 관리·세차가 번거로워 택시 기사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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