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도, 살해도 '봐도 모른척' 中.. 웨이관 문화 뭐길래 [관심집中]

오진영 기자 2020. 10. 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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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튜버의 중국 내 방관자 실험. 연기자 2명(좌측)이 성추행 장면을 연출하고 있으나 시민(오른쪽)은 모른 체 하고 있다. / 사진 = 유튜브 채널 'TREEMAN'


"내 일이 아니면 끼어들어도 손해만 본다"

지난해 한 중국 유튜버는 엘리베이터에서 했던 실험 영상을 게시했다. 1000만 명 이상이 시청한 이 영상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성 연기자가 교복을 입은 여성 연기자를 성추행한 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험 결과 일부 시민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여학생이 도움을 요청해도 모른 척 무시했다. 한 중년 시민은 웃음을 지으며 성추행을 방관했고, 한 노인은 성추행이 계속되자 시선을 돌린 채 엘리베이터에서 다급히 내렸다.

이처럼 범죄를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사람들을 중국 내에서는 '웨이관'(圍觀·방관자)이라고 부른다. 다수의 중국인들은 웨이관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면서도 눈 앞에서 범죄를 목격할 경우 황급히 자리를 뜬다. 중국에 '웨이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늘어나는 방관자들, 길 한복판에서 숨진 아이들
소년이 길거리에서 살해되는 장면(왼쪽)과 소년의 어머니가 오열하는 장면(오른쪽). 이 영상은 웨이보에 게시됐으나 아무도 소년을 돕지 않았다. / 사진 = 바이두

지난해 11월 중국 후난성 창샤시에서 등교하던 9세 소년이 갑자기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키가 180cm가 넘고 몸무게가 120kg에 달하는 가해자는 아무 이유 없이 이 소년을 깔아뭉갠 채 흉기를 휘두르며 목을 졸랐다.

이 소년은 약 30분 동안 폭행당한 끝에 결국 숨졌다. 그 동안 아무도 이 가해자를 제지하거나 소년을 돕지 않았다. 살해 현장을 목격한 군중들 중 일부는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촬영한 영상을 게시했다. 이들은 살해 장면을 촬영만 했을 뿐 소년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6월에는 중국 간쑤성 칭양에 사는 소녀를 향한 '자살 독려'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소녀는 고교 시절 담임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백화점 8층 창틀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당시 이를 지켜보던 군중들은 SNS에 실시간으로 중계 영상을 찍어 올리며 "빨리 뛰어내려라"라고 야유했고, 심지어 일부 군중은 "죽을 생각은 있느냐"며 조롱하기도 했다. 소방대원들이 소녀를 살리기 위해 긴급투입됐으나, 결국 소녀는 소방대원의 손도 뿌리친 채 목숨을 끊었다.

이외에도 2018년에는 광둥성의 한 도로에서 아이를 납치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모른 체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으며, 2016년에는 베이징의 4성급 호텔에서 여성 투숙객의 입을 막고 끌고 가는 남성을 목격하고도 직원이 방관한 사건이 공분을 샀다.
웨이관 문화의 원인은 '남 돕다 손해 본 사건' 때문… 자성 움직임
2018년 간쑤성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는 여성(왼쪽)과 이를 촬영하며 방관하는 군중(오른쪽). 결국 이 여성은 군중들의 방관 끝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 사진 = 바이두

중국에서는 이처럼 범죄나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웨이관 문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남을 돕고도 되레 피해를 보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웨이관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다.

웨이관 문화의 시발점으로는 '펑위 사건'이 꼽힌다. 2006년 난징시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펑위는 출근길에 한 노파가 쓰러지자 황급히 그를 부축한 다음 병원까지 데리고 갔다.

그러나 이 노파는 자신을 밀친 사람으로 도리어 펑위를 지목했고, 펑위는 선의를 베풀고도 4만 위안(678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했다. 펑위가 정말 가해자가 맞는지를 놓고는 아직까지도 진실 공방이 대립하고 있으나 이 사건으로 중국 내에서 '남을 도우면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결국 웨이관 문화가 중국인의 시민의식을 퇴보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중국 정부는 2017년 개정된 민법안을 발표했다. 개정된 민법안에는 선의로 타인을 구호하려다 피해를 입혔다면 배상 책임이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인들은 '웨이관 문화가 이득'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1일 웨이보에는 한 누리꾼이 '길거리에서 여성이 맞는 것을 봤지만 그냥 지나쳤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는 잇따라 '잘했다' '도와줘 봐야 번거롭기만 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 국적의 A씨(익명 요구)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는 풍조가 있다"며 "중국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행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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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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