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대주주 3억 원', 3년 전에 무슨 일이?

오현태 입력 2020. 10.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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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1999년부터 도입
'대주주 기준' 단계적으로 낮아져
'대주주 3억 원' 2017년 도입 당시엔 별 논란 없어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 찬반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해당 사안은 정부가 지금 결정한 것이 아니라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3억 원 기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현행 소득세법에서 주식 양도세는 대주주만 내는데, 이 대주주 기준이 한 종목 10억 원 이상 보유에서 내년부터 3억 원 이상 보유로 바뀌는 것이 '대주주 3억 원 기준'이다.

이 기준은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때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홍 부총리의 대답도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이 사안을 두고 일부 주식 투자자들은 홍 부총리 해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3년 전에는 어떻게 소득세법 시행령이 순조롭게 개정됐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로 '뜨거운 감자'다.

■ 대주주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시작은 1999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자본이득과세제도의 정비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주식 양도 차익에 소득세를 물리기 시작한 건 1991년이다.

당시에는 비상장주식의 양도 차익에만 과세했고, 1999년 특수관계자 주식 보유 비율을 포함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의 상장주식이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1년 뒤인 2000년에는 대주주 범위를 지분율 3% 또는 지분 총액 100억 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당시 보고서는 "개인은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여전히 과세하지 않고 있다"며 "산업화 초기에 금융산업의 발전과 주식시장의 육성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의 결과"라고 언급했다. 10년 전에도 부득이한 조치라고 평가했던 게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대주주 기준은 최근까지 단계적으로 완화됐다. 코스피 기준으로 '지분율 3% 또는 지분 총액 100억 원 이상은 대주주' 기준은 13년 동안 이어지다가 2013년 '2% 또는 50억 원 이상'으로 바뀌었다.

이후 2016년 '1% 또는 25억 원 이상', 2018년 '1% 또는 15억 원 이상'으로 더 내려갔고, 현재는 '1% 또는 10억 원 이상'이다. 이 기준이 내년부터 '1% 또는 3억 원 이상'으로 내려간다.


■ 4년 후는 너무 먼 미래였나…2017년엔 '관심 밖'

'대주주 3억 원' 도입이 결정된 2017년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에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에는 이미 올해 4월에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 이상으로 낮춘다는 내용까지 소득세법 시행령에 포함돼 있었다. 2017년에 고친 건 2021년에 3억 원 이상으로 낮춘다는 내용 하나다.

기재부는 2017년 세법 개정안에 대주주 기준 완화도 함께 포함했는데, 보도자료에 이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보도자료 상세 본에 적힌 개정 이유는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대상 단계적 확대'라는 한 줄 뿐이다. 보도자료 요약본에는 개정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으며, 질의응답 보도자료에는 아예 언급도 없다.

당시에는 대주주 기준 완화보다 주식 양도소득세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게 더 관심사였다. 20% 단일 세율로 돼 있는 주식 양도세를 과세표준 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25%로 이원화하는 내용이다.

'대주주 3억 원'은 보도자료뿐 아니라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도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조세소위원회만 9번, 기재위 회의는 1번 열렸는데, 역시 이렇다 할 언급은 없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대주주 3억 원' 도입을 비판하는 현재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주주 3억 원' 논의 당시 정부에서도, 언론에서도, 국회에서도 제도 도입의 타당성이나 부작용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았고, 의견 수렴도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대주주 3억 원'이 지금 시점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데에는 2017년과 지금의 상황이 조금 달라진 영향도 있다. 최근 주식 투자에 뛰어든 이른바 '동학 개미'의 존재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주식 시장에 관한 관심은 2017년과 지금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 '가족 합산→인별 합산'으로 반발 물러선 정부

'대주주 3억 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3억 원은 그대로 두되, 대주주인지 판단할 때 가족 등이 가진 주식까지 따지는 '가족 합산'을 개인별 주식 보유만 따지는 '인별 합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이렇게 하면 양도세 부과 기준선이 6억~7억 원 정도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는 3억 원 이상이 아니라 9억~10억 원 이상만 양도세를 낸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렇게 반발 물러섰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2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부총리 해임을 촉구했다.

한투연은 "기재부는 2017년에 양도소득세 기준을 3억 원으로 정한 당시의 근거와 당위성에 대한 이유를 국민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대주주 요건을 금액으로 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외에도 대주주 기준을 완화할 경우 고액 투자자들이 대주주가 되는 걸 피하려고 연말에 주식을 내다 파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고액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면 주가가 폭락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주주 기준이 '지분율 1% 또는 지분 총액 15억 원 이상'으로 완화된 2018년을 앞두고 2017년 연말에 개인 투자자들은 5조 1,314억 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2019년에도 4조 8,23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올해도 8조~10조 원가량의 주식이 시장에 나올 거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그러나 주가 폭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7년과 2019년에 모두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고, 주식 대량 매도가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 자체가 낮아져서 주식이 시장에 나오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주가 폭락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 이유다.


■ "양도세 논란 계속될 가능성"

개인 투자자들이 반발이 여전한 만큼 '대주주 3억 원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2023년부터는 대주주뿐만 아니라 연 수익을 5,000만 원 이상 낸 모든 주식 투자자들에게 양도세를 걷는 '양도세 전면 도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대주주 기준보다는 주식 양도세 자체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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