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상실' 한국식으로 산정했더니.."배상액 더 감소"

옥성구 2020. 10.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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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차례 수술한 후에 후유장애 발생
기존에는 미국 평가기준으로 책정
법원, 국내 여건맞는 평가기준 적용
"병원장·의사 공동해 6860만원 배상"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의료과실로 발생한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미국의 평가표 대신 국내 여건에 맞는 장애평가기준을 새롭게 채택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이종광)는 이모(33)씨가 병원장 김모씨와 의사 장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을 다소 감액했다.

이씨는 2010년께 요통으로 인한 신경성형술을 받은 뒤 수년간 치료를 받다가 2013년 11월 김씨의 병원에 첫 내원해 2회에 걸쳐 CT 유도 신경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다시 증상이 악화되며 2015년 5월 우측 허리 통증 등으로 다시 김씨의 병원에 내원했고, 수술을 위해 다음달 입원했다. 의사 장씨는 이씨에게 표준적 수술법을 권했으나 가족들의 반대로 신경감압술을 시행했다.

1차 수술 직후 이씨가 좌측 엄지발가락과 좌측 발목에 힘을 줄 수 없는 증상을 보이자, 의사 장씨는 요추와 천추 부위에 감압술 및 수핵 제거술을 시행해 남은 디스크를 더 제거했다.

이씨는 2차 수술 후 통증이 감소하고 근력이 다소 호전됐으나, 현재는 근약증으로 발목을 들지 못하는 등의 후유장애가 남아 넘어지지 않기 위해 단족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다. 이에 이씨는 후유장애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장씨가 이 사건 1차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요추 신경근을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레이저로 잘못 조사해 손상시킴으로써 이씨에게 족하수라는 후유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씨는 이 사건 1차 수술 직후 좌측 발목과 엄지발가락 굽히기 근력이 대폭 저하됐다"면서 "장씨는 직접 불법행위자로서, 김씨는 사용자로서 공동해 이씨에게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노동능력상실률 산정기준으로써 흔히 사용돼 왔던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대신해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채택해 산정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미국 오클라호마 의과대학 정형외과의 맥브라이드 교수가 저술한 표로 현재 우리의 신체감정실무에서 노동능력상실률 평가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63년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돼 당시는 없던 오늘날의 CT, MRI 등 의학 처치와 일부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맥브라이드 평가료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이번에 재판부가 채택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가장 과학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학협회 기준을 기본 모형으로 삼아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장점을 취합하고 단점을 보완해 장애율과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했다.

재판부는 맥브라이드 평가표가 현대 한국 사회와 간극이 있는 점을 언급하며,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점과 노동능력상실지수를 설정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인 점을 들어 산정기준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씨와 장씨가 공동으로 이씨에게 재산상 손해 5364여만원과 정신상 손해 1500만원을 더한 총 6864여만원을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1심 판결이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해 24%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한 것에 비해, 항소심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해 18%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1심이 기왕증(환자가 과거 경험한 질병) 기여도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것과 달리 항소심은 기왕증 기여도를 50%로 인정해 결과적으로 집도의 과실로 인한 환자의 노동능력상실률은 9%만 인정했다.

앞서 1심은 노동능력상실률을 24%로 적용해 재산상 손해 6225여만원에 위자료 1500만원을 더한 총 7725여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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