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일보

[특파원 24시] 입만 벙긋하면 무대에 못 선다..中, '립싱크' 관행 철퇴

김광수 입력 2020. 10. 25. 10:07 수정 2020. 10. 25. 21:55

기사 도구 모음

2016년 2월 중국 관영 CCTV가 주최한 정월대보름 음악회.

립싱크는 중국 가요계의 오랜 관행이자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 국민가수 한홍(韓紅)은 지난해 11월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노래가 먼저 나와 립싱크가 탄로났고, 아이돌 가수 쥐징이(鞠婧禕)와 마쉐양(馬雪陽)이 선보인 매끄러운 바이올린 연주에 팬들은 가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마이크 거꾸로 쥐고 노래.. 공공연한 비밀
가짜무대 관객 우롱하면 '매니저' 자격 박탈
8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마야비치 워터파크에서 수천명의 수영장 이용객들이 무대를 향해 손을 흔들며 DJ의 음악에 맞춰 파티를 즐기고 있다. 우한=EPA 연합뉴스

2016년 2월 중국 관영 CCTV가 주최한 정월대보름 음악회. 여가수 사딩딩(薩頂頂)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혼신을 다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히트 곡을 열창했다. 그런데 마이크를 거꾸로 쥐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시늉만 내는 ‘립싱크’가 들통난 것이다. 다시 마이크를 돌려 잡고서 무대를 끝내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내려왔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웨이보에 이렇게 적었다. “다음에는 좀 더 정교하게 할 테니 욕하지 말고 화 푸세요.”

립싱크는 중국 가요계의 오랜 관행이자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완창 가수’, ‘절반 가수’, ‘립싱크 가수’로 구분해 등급을 매길 정도다.

이에 당국이 대책을 내놓았다. 중국 공연업협회는 지난 10일 “관객들을 더 이상 기만하면 안 된다”면서 ‘고급 공연 매니저 관리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에 따르면 △공연 허위 홍보 △가수나 공연자의 립싱크 △거짓 연주 등을 금지했다. 어길 경우 공연 매니저의 자격을 박탈하고, 5년간 또는 영구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가수 립싱크에 5만~10만위안(856만~1,712만원), 배우 립싱크에 5,000~1만위안(85만~171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이 전부였다.

중국 여가수 사딩딩이 2016년 정월대보름 음악회에서 마이크를 거꾸로 잡은 채 립싱크로 노래하고 있다. 둥베이신원왕 캡처

중국 가수와 배우들은 공연 매니저가 동의해야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매니저의 발언권이 센 편이다.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는 자격을 갖춘 고급 공연 전담 매니저를 3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들은 주로 공연 조직과 제작, 마케팅 등에 종사한다. 당국이 립싱크나 가짜 공연에 대해 벌금 액수를 높이기보다 매니저 자격에 족쇄를 채운 이유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협회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공연 시장 규모는 514억위안(약 8조8,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국경절 연휴기간(10월 1~8일) 전국 극장, 야외공연장, 관광지에서 벌어들인 공연 수입은 8억6,000만위안(약 1,472억원)으로 집계됐다. 무대에 서기만 해도 수지 맞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중국의 공연 매니저 자격증. 바이두 캡처

거짓 노래나 연주로 관객을 우롱하는 처사는 끊이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 가수 비와 함께 무대에 섰던 가수 겸 배우 한쉐(韓雪)는 지난해 4월 뮤지컬에서 대사만 직접 하고 노래 부분을 립싱크로 처리했다가 팬들의 원성을 샀다. 성대 염증 때문이라고 사과하긴 했지만 1년 넘은 지금까지도 앙금은 남아 있다. 중국 국민가수 한홍(韓紅)은 지난해 11월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노래가 먼저 나와 립싱크가 탄로났고, 아이돌 가수 쥐징이(鞠婧禕)와 마쉐양(馬雪陽)이 선보인 매끄러운 바이올린 연주에 팬들은 가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