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형제'에 쏟아진 후원금.."엄마에겐 직접 주지 않는다"
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다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생 형제를 향한 후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료비로 쓰이고 남는 후원금의 사용처를 놓고 기부금 모금 단체가 고민하고 있다. 25일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은 초등생 형제에 대한 지정 기부금 모집을 중단했다. 형제의 치료비로 쓰이기에 충분한 금액이 모였다는 판단에서다.
재단 관계자는 “후원금을 보낼 때 사용 용도를 정하지 않고 ‘초등생 형제’라는 대상만 지정한 후원자들도 많았다”며 “치료비로 사용하고 남은 후원금은 단기적으로는 아직 입원 중인 형(10)에게 피복, 간식 등을 제공하는 데 쓰일 예정이고 장기적 방향은 지자체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학산나눔재단은 지난달 16일 홈페이지에 ‘화재 형제 지정 기부 안내문’을 올려 후원을 받기 시작했고 약 한 달여 만에 약 2억 2800만원이 모였다.
학산나눔재단과 별개로 형제가 치료를 받은 병원에도 후원금 십수억원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형의 치료 종결 시점에 맞춰 병원장, 총무과 등이 논의를 한 뒤 합의를 거쳐 후원금 사용 용도를 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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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방임’ 어머니에게 후원금 전달 우려
이에 앞서 초등생 형제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후원금이 형제의 보호자인 어머니에게 전달될 경우 온전히 형제를 위해 쓰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18년 9월부터 세 차례 형제의 어머니가 자녀를 방임하고 있다고 신고한 후 인천가정법원에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어머니에게 상담위탁 처분을 내렸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지정 기부된 후원금 사용 용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딱히 없다”며 “기부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후원금은 기본적으로 형제의 보호자에게 전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 중구 한 마트에서 아들과 함께 먹을 것을 훔치다 선처를 받고 ‘인천 장발장’으로 불린 30대 가장 관련해서도 후원금이 지속해서 모였다. 이후 이 남성의 과거 행적이 논란이 됐지만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 결국 약 2000만원의 후원금이 전달됐다. 다만 후원금은 현금을 주는 방식이 아닌, 돌봄 지원 형태로 전달하는 방안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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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
후원금 사용 관련해 재단 관계자는 “형제의 어머니에게 후원금을 직접 전하지 않고 어머니가 필요한 부분을 요청하면 대신 구매를 해주거나 어머니와 함께 만나 구매하는 방식 등으로 후원금을 사용할 방침”이라며 “형제의 어머니도 이에 동의했고 아이를 위해 후원금을 어떻게 쓸지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생 형제는 지난달 14일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 현장에서 조리한 흔적이 발견돼 ‘라면 형제’로도 불렸다. 당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형제는 집에 단둘이 있던 상태였다. 당시 집에 없던 어머니는 둘째 아이에게 ‘집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왔지만, 아이들은 병원에 이송된 후였다. 두 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형은 스마트폰으로 학교 원격수업을 들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유독가스를 많이 마신 동생은 상태가 악화해 지난 21일 세상을 떠났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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