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미래] 자식 없는 노인 시대 어떻게 맞을까 / 곽노필

곽노필 2020. 10. 25. 16: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가 눈길 끄는 보고서를 냈다.

세계 인구 감소 전환 시기를 유엔보다 30년 이상 앞당긴 전망이었다.

이런 시나리오는 인류 전체의 삶의 질과 인구 증가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저출산-고령화의 대표 사례라는 한국은 사정이 어떨까? 내국인 인구가 내년부터 줄어든다는 통계청 전망이 나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곽노필 ㅣ 콘텐츠기획팀 선임기자

얼마 전 미국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가 눈길 끄는 보고서를 냈다. 세계 인구 감소 전환 시기를 유엔보다 30년 이상 앞당긴 전망이었다. 2064년 97억명에서 정점을 찍고 2100년엔 88억명으로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2100년 109억명 언저리에서 정점을 맞을 것이라는 유엔 전망과 큰 차이가 난다. 원인은 출산율 전망에 있다. 출산율은 인구의 가장 중요한 선행지표다. 현재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2.37명이다. 인구 유지 수준 2.1명을 웃돈다. 이 숫자가 2100년에 유엔은 1.94명, 워싱턴대는 1.66명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했다.

워싱턴대 연구진이 출산율 저하 곡선을 더 가파르게 내다본 데는 근거가 있다. 온전한 개인의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각성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게 교육이다.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서 연결고리가 뚜렷이 드러난다. 가나에선 고등학교까지 나온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3명인 반면,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의 출산율은 6명이다. 교육받은 여성일수록 자립력이 높아지고, 출산 기회비용은 늘어난다.

연구진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가 실현되면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본다. 저개발국 교육·피임 목표가 달성될 경우 2100년 세계 인구는 63억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세계 인구는 2046년 정점을 맞는다. 합계출산율은 1.36명까지 떨어진다.

이런 시나리오는 인류 전체의 삶의 질과 인구 증가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빈곤 퇴치와 양성평등, 디지털화가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기존 사회 구조와 정책이 취약계층을 얼마나 소홀히 대해왔는지 방증한다. 저출산은 결국 고령사회를 낳는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2018년부터 65살 이상이 5살 미만보다 많아졌다. 2100년엔 20살 미만보다 많아진다.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세상, 처음 겪는 일이다.

저출산-고령화의 대표 사례라는 한국은 사정이 어떨까? 내국인 인구가 내년부터 줄어든다는 통계청 전망이 나왔다. 출생아 수가 워낙 가파르게 줄어 지난해 11월부터는 사망자 수를 밑돈다. 사실상 인구 감소 국면이다. 5년 후엔 65살 이상 노인이 1000만명을 돌파한다. 20년 뒤엔 3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농가에선 이미 3명 중 1명이 70살 이상이다. 결혼 후 5년 동안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가 전체의 40%다. 10대 청소년의 절반은 ‘결혼은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20살인 사람 중 셋에 하나는 살아서 100살을 맞는다는 예측도 있다. 자식 없는 노인 세상이 오는 건 시간문제다.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과 사회 부양 시스템에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환경, 식량 문제엔 긍정적이다. 1인당 가용 자원도 많아진다. 20세기 후반 중국의 빈곤 탈출 배경엔 강력한 한 자녀 정책이 있었다. 고도성장기 한국의 가족계획도 그런 구실을 했을 것이다.

과속이란 문제는 있지만 삶의 질에서 보면, 저출산-고령화는 되돌려야 할 흐름이 아니라 합당한 흐름이다. 저출산부터 해소하려는 건 파랑새를 쫓는 격 아닐까. 인구 대책은 산 사람 구제를 우선해야 한다. 그 중심에 여성과 고령자가 있다. 노동력을 만들어 수십년 뒤 쓸 생각에 앞서, 살아 있는 노동력이 더 오래도록 충분히 제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인구 선순환의 시작이다. 인공지능, 로봇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진정한 쓰임새도 여기에 있다. 고령자와 여성의 삶이 보람되고 편안해지면 출산율도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이다. 저출산 해소는 인구 문제의 첫 단추가 아니라, 종착지에 있어야 한다. 앞뒤가 바뀌었다.

nopil@hani.co.kr

온전한 개인의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면서 출산율 저하 곡선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와 여성의 삶이 보람되고 편안해지면 출산율도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이다. 사진은 안산 유치원생들의 봄나들이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채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