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향신문

주식 등 자산 상속세 '10조원 육박' 예상..지배구조 놓고 '남매의 난' 가능성 희박

구교형 기자 입력 2020.10.25. 20:58 수정 2020.10.25. 2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고인이 보유한 주식·부동산 등 자산 상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2년여 전 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됐기 때문에 급격한 지배구조 개편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그룹 무게중심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기운 상황에서 사업분할을 놓고 ‘남매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러나 고인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상속세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일가가 보유한 일부 자산을 매각해 납부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삼성SDS 9701주(0.0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NH투자증권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 보고서를 통해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16조9000억원이라는 가정하에 관련 세법에 따라 9조9000억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상속세법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주식 평가액이 나온다. 고인이 최대주주여서 주식 평가액이 20% 할증되고,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한 뒤 자진신고에 따른 공제율 3%를 빼서 나온 금액이다. 이 밖에 고인 소유의 부동산 등 다른 자산 규모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속세 납부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10조원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고인이 보유해온 주식을 일부 매각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 이 부회장이 회사 지분을 단독으로 상속하기보다는 가족들이 분할 상속하는 게 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한번에 내기 어렵기 때문에 5년간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삼성그룹의 기본적인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가 31.31%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최상단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삼성물산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각각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형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해 현행 지배구조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등 일가가 고인의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받아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은 ‘부회장’이지만 이미 ‘총수’였다. 그룹 지배구조도 단순화된 상태”라며 “당분간 지배구조 변동은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의 관측처럼 삼성물산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기도 쉽지 않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이 지배구조 개편을 촉발할 여지는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총자산의 3%만 남겨두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 합병해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 사건 재판 결과가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향후 그룹 운영은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 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면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문화·예술 사업을 각각 맡는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인의 유언장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머니인 홍라희씨가 경영 전반과 관련해 조정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삼남매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과 상관없이 각자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처럼 남매간에 계열분리를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