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옥중편지 3대 주장, 모두 앞뒤가 안맞는다

박국희 기자 2020. 10.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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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의혹]

라임자산운용 로비의 핵심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 내용 상당수가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2019년 7월 현직 검사 3명을 술 접대 했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관련자들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어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①작년 7월 라임 수사팀 검사를 술 접대?

김씨는 지난 16일 1차 옥중 편지에서 작년 7월쯤 현직 검사 3명에게 술 접대를 했고 그중 1명이 라임 사건 수사 책임자로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2차 옥중 편지에서는 술 접대 검사 2명이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 있던 검사라며 이들을 사진으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가 술 접대 검사들을 소개해 준 인물이라고 지목한 검찰 출신 A 변호사는 “검사들을 김씨에게 소개해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지목된 검사들 역시 “술 접대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A 변호사는 25일 본지 통화에서 “4월 23일 김씨가 도피 끝에 체포됐을 때 접견을 가서 ‘당신이 도망가는 바람에 내가 거짓말쟁이가 됐다. 더 이상 변론을 못 해주겠다’고 하니 김씨가 ‘라임 수사팀에 어떤 검사들이 있는지는 좀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B 검사가 라임 수사팀장으로 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해준 것뿐”이라고 했다.

A 변호사는 또 “당시 김씨에게 ‘B 검사는 대한민국 검사 중 가장 독한 검사다. 대우조선해양 사건 때 10년을 구형해서 10년 선고를 받아낸 검사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하고 선처를 받으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김씨에게 ‘B 검사를 만나더라도 절대 나를 안다고 내 이름을 팔지 말라’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씨는 마치 “술 접대 자리에서 알게 된 검사를 만나더라도 아는 척하지 말라”는 식으로 편지에서 주장했다는 것이다. A 변호사는 “당시 이야기해준 대우조선 수사팀 검사들을 김씨가 이번에 술 접대 검사들로 지목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또 지난 5월 남부지검 수사팀에 검사 술 접대 사실을 진술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남부지검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송삼현·박순철 전 남부지검장도 “수사팀에게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고 이번 옥중 편지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보고받은 적 없다”고 했다.

② ‘강기정 잡아야 한다’며 진술 회유?

김씨는 A 변호사가 “기동민도 좋지만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며 진술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씨 측근들이 이런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 김씨의 한 측근은 지난 3월 김씨가 도피 중일 때 강 전 수석과 기 의원, 이상호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 등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를 언론에 흘리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실제 일부 언론에는 당시 라임의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가 이니셜로 보도됐다. 김씨의 수원여객 횡령 공범인 또 다른 측근 김모씨도 지난 23일 법정에서 “김씨가 ‘언론의 불길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며 이 전 위원장과 룸살롱에서 어울린 사진을 언론에 보내라고 해서 뿌렸다”고 했다. 김씨가 지난 3월 스스로 여권 로비 사실을 언론에 뿌려놓고는, 이제 와서 체포된 이후 변호사의 회유 때문에 진술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자신을 변호했던 A 변호사가 윤 총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강기정을 잡으라’는 요구 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씨는 A 변호사가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를 도왔고, 지난해 청와대 울산시장 부정 선거 사건 관련 검찰 수사관이 자살했을 때도 윤 총장을 모시고 상갓집을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A 변호사는 “현직도 아닌데 윤 총장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돕느냐”며 “해당 수사관의 상갓집은 간 적도 없다”고 했다.

③야권 인사 수사는 뭉갰다?

김씨는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에 대한 로비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지난 5월부터 윤 위원장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 추적을 진행했다. 윤 총장은 22일 국감에서 “야권 인사 수사는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진술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했다. 김씨는 수사 내용도 잘 모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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