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 현대차는 'MS 팀즈'서 일하고, 삼성물산은 '세일즈포스' 도입

남민우 기자 입력 2020. 10. 26. 03:06 수정 2020. 10. 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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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 기업의 '업무 툴' 급팽창

“개인 기록을 저장하고 싶으면 에버노트를 쓰고, 소통이 필요하다면 슬랙을 활용하면 됩니다. 다만 아침에 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업무 흐름을 따라가려면 저 둘 대신 먼데이닷컴을 쓰길 추천합니다.”

SaaS 펀드2

이스라엘 스타트업 먼데이닷컴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일정 관리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다. 디지털 업무 현황판을 만들어 업무 흐름을 파악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먼데이닷컴 에란 진만 창업자는 Mint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새로운 시대의 관리자들은 프로젝트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업무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구독해 쓰는 SaaS는 한때 ‘회사 내부망’, ‘본사 전용 소프트웨어’로 상징되던 업무 도구를 외부 클라우드에서 해결 가능하게 하는 분야다. 연락, 일정 관리 같은 단순 업무부터 재무·인사 및 대외비 회의 같이 극도의 보안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업무 분야까지 SaaS의 영역은 나날이 세분화되고 있다. 관련 산업이 태동하던 2000년대 중반 즈음엔 별도 백오피스(돈을 벌어오는 부서를 가동하게 하는 인사·재무 등 후방 지원 부서)를 두기 어려운 스타트업들이 SaaS를 많이 썼지만, 최근엔 ‘자기만의 성’ 안에서 업무 처리를 하던 글로벌 대기업들도 SaaS의 ‘구름’(클라우드) 안으로 대거 뛰어들고 있다.

비교적 폐쇄적으로 업무를 하는 한국도 변했다. 현대차와 LG화학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를 도입했고 삼성물산·오뚜기는 세일즈포스로 영업망을 관리하는 등 점점 더 많은 회사가 SaaS로 향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규모가 훨씬 크다. 코스트코·IBM·월마트 등 약 10만개 회사가 먼데이닷컴으로 직원 업무를 관리한다. 업무용 메신저 슬랙은 1200만명이 사용 중인데 고객사 중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영국 정부까지 올라 있다.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는 만큼 이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업무 툴 후발 주자인 노션은 자신만의 차별점을 위해 ‘공자(孔子)님’ 말씀까지 참고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다. 이반 자오 노션 창업자는 “공자의 황금률을 염두에 두고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너무 부족하지 않은’ 균형 잡힌 디자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세대는 디자인 요소가 서비스 선택에 주요 포인트인 만큼 간결한 디자인 개발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공룡’ IT 기업이지만 SaaS엔 후발 주자인 MS는 시장 확대를 위해 일단은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슬랙 등은 사용자 1인당 매월 약 10달러라는, 적잖은 돈을 받는다.) MS는 직장인의 ‘오랜 친구’로 꼽히는 MS 오피스와의 연동을 강조한다.

한국 SaaS는 ‘한국적인 특성'으로 승부한다. 한국의 일부 40~50대 관리자들은 업무 툴 열풍을 달가워하지 않는데, 사고방식이 다른 서구권 개발자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한국·일본·중국의 회사 생활에선 조직도가 필수다. 다른 부서원에게 일을 부탁할 때 팀장을 거치는 것이 ‘업무 에티켓’인 경우가 많아 조직도를 한 번쯤은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랙 등 대다수 서구권 업무툴엔 이런 기능이 담겨 있지 않아 한국인 중엔 ‘속터진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SaaS 리더들이 보는 업무 툴의 미래

국내외 사무실에서 업무툴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자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IT 기업들은 이런 틈을 파고 들어 40~50대 ‘한국 부장님’들이 원하는 기능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카카오는 한국인이 카카오톡에 익숙하다는 점을 무기로 삼아 업무툴 ‘카카오워크’도 카카오톡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각 부서원별로 메시지를 ‘읽음’ ‘안읽음’ 표시를 하게 만든 기능도 추가했다.(슬랙은 메시지를 읽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누가 대답을 읽었는지 궁금해하는 한국 상사들이 자주 활용할 만한 기능이다. 이석영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대표는 “모든 기능을 사용자의 업무 환경을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만들었다”며 “모바일 화상회의, 구글 애플리케이션, 메시지 삭제 등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앞으로도 더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토종 협업툴인 잔디는 대화창 밑에 ‘확인했습니다’ ‘승인’ ‘반려’ 등 상황이 담긴 대답형 이모티콘을 잔뜩 담았다. 수직적이면서도 겉으론 수평함을 추구하는 미묘한 한국 조직생활에선 ‘ㅇㅋ’ 대답 하나에도 미묘한 감정과 속뜻이 담겨 있다 보니 이를 이모티콘으로 옮긴 것이다. 잔디를 서비스하는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유교 문화권 국가들은 의사소통에서 맥락을 중시한다”며 “잔디에서는 대표와 직원 모두 이모티콘을 활용해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문화가 있는 일본·중국·베트남 버전에도 직장용 이모티콘이 기본 탑재됐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에서 쓰던 업무 툴인 브리티웍스(Brity Works)를 다른 회사에도 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 삼성의 직원 50만명이 쓰던 소프트웨어고, ‘관리의 삼성’답게 보안에도 철저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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