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전국 최초 '결혼친화도시 조례' 만든 대전 서구

김준호 2020. 10.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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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만혼 현상도 저출산 인구 위기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
"결혼 안 하는데 출산 장려는 모순..작은 결혼식 지원"
대전 서구 작은결혼식 [대전 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결혼도 안 하는데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모순이죠. 결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사회에 만연한 비혼 문화를 개선해야 인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여성 한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명대라는 사상 최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 0.92명에서 올해 1분기 0.90명으로 낮아졌다가 2분기에는 0.84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정부는 2003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그동안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우고 200조원 가까이 쏟아부었지만, 인구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이쯤 되면 현금성 지원 위주 출산 장려책의 효과가 과연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인구가 줄면 수요가 줄고 생산감소로 이어진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미래세대가 떠맡는 노인복지 재정 부담도 커진다.

미래세대 부담이 늘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육아 환경이 악화해 아이를 덜 낳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대전 서구는 이 같은 인구 문제의 주요 원인을 '비혼과 만혼'으로 봤다.

결혼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보니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혼자에게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결혼을 하는' 문화로 바꿔나가는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실제로 국내 혼인 건수는 2018년 25만7천622건에서 지난해 23만9천159건으로 1만8천463건(7.2%) 줄었다. 대전 지역 혼인 건수도 2018년 7천377건에서 지난해 6천602건으로 775건(10.5%) 감소했다.

서구 인구 통계만 봐도 상황의 심각성을 바로 알 수 있다.

대전 서구 작은결혼식 [대전 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5년 50만9천225명을 정점으로 매년 인구가 감소하면서 현재 48만1천200명을 유지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02년 1.186(신생아 5천434명)으로 초저출산(1.3이하)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0.839(2천803명)까지 떨어졌다. 18년 연속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2천213건으로 2010년 3천81건에 비해 28.2%(868건) 줄었다.

지난해 평균 결혼(초혼) 연령 또한 남성은 32.8세, 여성은 30.6세로 서구 통계만 보더라도 비혼과 만혼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서구는 이 같은 비혼·저출산 등 현상이 경제나 복지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적 문화·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결혼 친화 환경 조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과거 가부장적 문화에 따른 독박 육아·활동 등을 걷어내야 할 부정적인 문화로 꼽았다.

온 가족이 함께 건강한 가족 문화와 행복한 결혼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결혼친화도시 조성'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대전 서구 작은결혼식 [대전 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위해 지난 8월 전국 최초로 '결혼 친화 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했다.

조례는 결혼 친화 도시 의미, 작은 결혼식 등 건강한 결혼문화 운동 확산, 부양·자녀 양육·가사노동 등을 함께하는 가족문화 확산, 결혼식에 필요한 공공시설의 공간 제공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효율적인 민·관·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결혼 친화 도시 추진협의회 설치·운영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대전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추진하는 '작은 결혼식' 사업도 결실을 보고 있다.

서구는 고비용 결혼문화의 허례허식을 없애고 뜻깊은 결혼식을 위해 보라매공원, 장태산 휴양림, 서구청 등 원하는 장소에 예식 공간을 꾸며 주고, 예복·머리·메이크업 등에 드는 비용 일부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보라매공원에서는 제1호 커플이 화촉을 밝혔다.

결혼식은 50여명의 가까운 친지·친구가 참석한 가운데 재능기부로 이뤄진 서구청 직원 축가, 지역 뮤지컬팀인 '무비컬웨딩'의 오프닝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대전 서구 작은결혼식 [대전 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호 커플은 "마침 작은 결혼식을 계획하던 중 서구의 '사랑의 결실, 작은 결혼식' 사업을 접하고 신청했다"며 "예식을 준비하는 번거로움과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됐고, 멋진 이벤트들로 소중한 결혼식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종태 서구청장은 "그동안 출산을 장려하려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혼 자체를 안 하는데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한 결혼 문화를 확산시키고 작은 결혼식 문화가 우리 청년들의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요 과제로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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