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30분의 1 '동박'..中·日 배터리 줄세운 'SK넥실리스'

김성은 기자 입력 2020. 10. 26. 09:00 수정 2020. 10. 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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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까지..김영태 대표 "경쟁사가 못따라올 기술력"..2022년 생산능력 3.4만톤→5.2만톤으로
지난 22일 전북 정읍에 위치한 SK넥실리스 동박 공장으로 들어서자 정문 왼쪽으로 제5~6공장 증설이 한창이었다. 제6공장까지 완공되면 3만9000평(약 12만9000㎡) 공장 부지는 완전히 꽉 찬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동박이 무려 6개 공장에서 쏟아지는 것이다. 그래도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엔 빠듯할 전망이다.
'최초이자 최고 기술력'…기네스 등재도 노린다
동박은 주로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의 핵심소재로 음극집전체 역할을 하는 얇은 구리막을 말한다. 특히 SK넥실리스의 동박 기술력은 '최초'로 집약된다. 2013년 두께 6㎛(마이크로미터)의 동박을 세계 최초 양산했고 2017년에는 5㎛, 2019년에는 4㎛ 동박을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했다. 업계 평균보다 5~8년 앞섰다는 평가다. 이렇게 얇은 동박은 드론에도 널리 쓰인다.

지난해 6월에는 또 다른 '최초' 기록을 세웠다. 3박4일간 두께 4.5㎛, 폭 1.33m의 동박을 무려 56.5km 길이로 뽑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KRI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국내 최고 기록을 인증받았다. SK넥실리스는 내친 김에 기네스 등재도 노린다. 4.5㎛ 동박은 머리카락의 30분의 1 두께다.

동박이 얇으면 얇을수록 더 많은 음극활물질로 채울 수 있어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유리하다. 제품이 길고 넓으면 고객사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단 얇을수록 잘 찢어지고, 주름도 잘 생기므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얇게 만드는데 제일 어려운 점이 만들다 찢어져 버리는 것인데 SK넥실리스는 얇으면서도 광폭으로 길게 만드는 게 강점"이라며 "동박 두께가 8㎛에서 4㎛로 얇아지면 3~5%포인트의 배터리셀 경량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확한 모니터링·정교한 설비 설계…SK넥실리스만의 비법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사진=SKC
동박 제조 과정은 △원재료 구리를 황산용액에 녹여 황산구리 도금액을 만드는 용해공정 △동박을 직접 뽑아내는 제박공정 △고객사가 요청한 크기로 잘라내는 슬리팅 공정 △검사·출하 공정으로 나뉜다.

용해공정에서는 용해조에 센서를 설치, 실시간 구리 도금액 농도를 점검·제어하는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를 구축해·운영중이다. 또 공정 중간에 필터를 만들어 이물질을 제거해 순도 99.99%의 구리를 얻는다.

도금액에 넣는 첨가제는 외부에 절대 알려져선 안될 최고의 비법이다. 첨가제를 잘 넣어야 동박의 매끄러움, 강도, 연신율 등 원하는 물성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동박 제품이 배터리의 반복 충·방전에 따른 수축과 팽창에도 유연하게 잘 견디게 된다.

티타늄 드럼을 통해 도금액에서 구리를 추출하는 제박공정도 각 제조 설비의 구조, 위치, 진동 하나하나에 SK넥실리스만의 기술을 심었다. 70km의 동박의 무게가 5톤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견디는 지지대 설계는 보기보다 쉽지 않다.

정읍공장 구성원은 400여 명이지만 대부분 공정에서 이미 자동화, AI(인공지능) 기술 등이 적용 중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눈에 띄게 적었다.
SK에 인수된 후 공격투자…증권가 "2년 내 매출 2배"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사진=SK넥실리스 홈페이지
SK넥실리스의 출발은 원래 LG금속이었다. 1995년 LG금속 동박사업부로 시작해 LS로 계열 분리되며 LS그룹 계열 LS엠트론의 동·박막 사업부로 이름을 바꿨다. 2018년엔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 인수돼 KCFT로 사명을 변경, 2020년 이를 다시 SKC가 인수해 SK넥실리스로 거듭났다. 넥실리스란 '연결'이란 라틴어로 압도적 기술력으로 미래 사회를 연결한다는 뜻이다. 이날의 정읍공장 공개는 SK 그룹으로 인수된 후 처음이다.

SKC가 인수한 후, 실적은 전기차 개화기에 맞춰 상승 중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넥실리스의 매출액이 올해 3635억원을 기록한 뒤 2021년에 5143억원, 2022년에는 올해의 2배 수준인 7473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SK넥실리스의 동박 수출물량은 지난 7월 1700톤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SK넥실리스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다수의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을 고객사로 뒀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SK그룹으로 인수된 후 투자 의사 결정을 적기에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며 "빠른 시간에 의사 결정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성장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SK넥실리스는 기존 공장보다 생산성을 더욱 향상한 제4공장을 올 초 완공했다. 올해 3월과 6월엔 각각 총 2400억원을 들여 제5~6공장 증설에도 나섰다. 제5공장은 이미 3분의 2 정도 공사가 진행돼 2021년 하반기에 완공한다. 제6공장은 아직 10% 정도 공사가 이뤄져 2022년 1분기에 완공이 예상된다.

동박 생산량은 현재 3만4000톤에서 제5공장 완공시 4만3000톤, 제6공장 완공시 5만2000톤으로 수직 상승한다. 전기차 1대당 40kg의 동박이 필요하므로 5만2000톤은 연간 130만대 전기차를 커버할 수 있는 물량이다.

SK넥실리스는 동남아, 유럽, 미주 등 여러 후보지를 놓고 첫 해외 증설도 추진 중이다. 해외 공장을 짓게 되면 2025년까지 지금보다 3~4배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다. 김 대표는 "고객 접근성과 시장 성장성, 인프라 비용 등을 종합 검토해 해외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며 "연내 후보지를 검토해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사진=S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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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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