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추격자 中·도전자 日 사이 한국 조선산업 '롱런'의 길

2020. 10.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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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강국일수록 조선산업도 함께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조선의 전방산업은 해운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크루즈선을 제외하고 경쟁력을 잃었지만, 해운 강국이었던 영국·독일은 오랜 기간 조선에서도 최고의 위치를 지켰다. 선박 보유량 기준으로 해운 강국 순위를 매긴다면 그리스가 1등, 중국이 2등, 일본이 3등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다. 낮지 않은 순위지만 선박 보유량은 일본의 3분의 1, 1등 그리스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산업이 세계 1위인 것은 신기한 일이다. 유럽, 중국, 일본보다 해운이 훨씬 약하지만 조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다.

혹자는 말한다. 조선은 사양 산업이니 이제 그만 포기하자고.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에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저렴한 임금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다. 페인트칠하고 용접하는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고,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낮추는 ‘스마트 야드’도 추진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추격 국가도 없다.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만 따돌리면 오랫동안 우위를 점유할 수 있으니, 포기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음에도 조선업 종사자들은 늘 ‘어렵다’고 토로한다. 시장 위축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조선 시황은 세계 경제, 금융시장 영향으로 변동성이 크다. 그러다 보니 예측이 어려워 미리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올해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수주가 전년 대비 76%나 급감했다. 수주에서 공사를 시작하는 시차를 고려하면 내년부터 생산 감소가 예견된다. 유휴 인력, 설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카타르, 모잠비크 등에서 예상되는 수주를 고려하면 인력과 설비를 조정할 수도 없다.

그뿐이 아니다. 조선 시장은 ‘국가 대항전’으로 변했다. 일본은 가장 큰 조선사 간 합병과 제휴를 진행한다. 중국은 국영조선그룹을 2개로 나누고 경쟁을 시켜 효율을 좇더니, 이제는 다시 하나로 합쳐 지원 역량을 집중한다. 낮은 인건비 외에도 안정적인 내수, 금융 지원이 중국 수주 확대의 비결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선 기술과 품질만으로 경쟁하기 어렵다.

첨단기술 선박을 주도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합병을 추진해 시황 변동에 대비하고 기술력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범용 선박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할 중소 조선사는 특별한 해법이 없어 보인다. 다수 중소 조선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사라졌다. 남아 있는 소수 업체도 매각 중이거나 근근이 버티고 있다.

중소 조선사는 중국과 경쟁할 만한 원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가벼운 몸집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장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우량 기업에 매각되거나 투자 유치를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로의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기술력 확보 같은 시너지 창출을 위해 대형-중소 조선사의 협력이나 중소 조선사 간 전략적 합종연횡도 절실하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1호 (2020.10.28~1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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