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서 끝까지 '사과' 안한 쿠팡..송옥주 위원장의 일침

김보경 2020. 10. 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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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20대 물류센터 직원 사망 '뜨거운 감자'
휴대폰 반납, CCTV 등 인권침해 문제도 지적
송옥주 환노위원장 "불성실하고 기계적 답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2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는 쿠팡 직원의 과로사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1년 넘게 분류작업 지원 업무를 해오던 일용직 20대 장모씨가 사망한 사건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국감에는 쿠팡의 물류담당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엄성환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환노위 위원들은 엄 전무를 상대로 직원 과로사 여부, 유가족에 대한 사과 의사 등을 물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쿠팡에서 2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는 쿠팡의 책임이다. 맞나"라고 묻자 엄 전무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임 의원이 "사망한 택배 노동자의 유가족들을 만나봤나"라고 묻자 엄 전무는 "저희 직원들이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아직 만나뵙지 못했다"고 했다. 임 의원이 "만날 의향이 있나"라고 되묻자 엄 전무는 "언제든지 만나 뵐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임 의원이 "만나서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 이번 국감이 끝나면 꼭 만나보라"고 하자 엄 전무는 "의원님의 말씀 취지 잘 이해했다"고만 답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칠곡 물류센터에서 사망하신 노동자는 과로사인가 아닌가"라고 따져 묻자 엄 전무는 "과로사에 대한 부분은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강 의원이 "그런데 왜 과로사가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냈느냐"고 추궁하자 엄 전무는 "과로사가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야간근무는 실 근무시간의 30%를 가중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이 8시간일 경우에는 9.5시간, 9시간은 11.5시간으로 산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과 9월에 7일 연속 고인의 주당 실 근무시간은 70시간과 69.4시간이었다. 추석연휴에도 일했다"면서 "형식만 일용직이지 상용직처럼 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 점심시간 중 지난 12일 대구 쿠팡 물류창고에서 근무한 뒤 집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고 장덕준 씨 유가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인은 고인의 근무시간과 휴일을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었다"는 엄 전무의 답변에 강 의원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업무가 과중되는데 그럴 수 있나"라며 "입사 후 1년 4개월 동안 거의 매일 연장근무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강 의원이 야간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특수건강검진 대상이라고 말하자 엄 전무는 "단기직 근로자로 출퇴근이 일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않아서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엄 전무는 "고인과 그 가족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달드린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날 고인의 유족이 국감장을 방문해 환노위원들과 면담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발방지를 원한다' '아들 일하다가 사망한 현장 방문하고 싶다'는 유족의 바람을 쿠팡 측에 전달했다. 이에 엄 전무는 "안전인력을 확충하고 시설과 설비 투자에 노력해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족의 사망현장 방문건에 대해선 "의원님의 말씀 유념해서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유족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하니까 오늘 가기 전에 꼭 뵙고 가달라. 그럴 의향이 있나"라고 묻자 엄 전무는 "의원님의 말씀 잘 유념해 새겨 듣겠다"고만 답했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인권침해' 문제를 집중 질타했다. 윤 의원은 "일용직, 계약직은 정규직과 달리 쿠팡 사업장 내에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하자 엄 전무는 "안전상의 이유로 휴대폰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만약 휴대폰만 있었다면 지난번 40대 노동자가 인천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하자 엄 전무는 "물류센터는 그 안에서 지게차와 컨베이어 벌트가 쉴새 없이 돌고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라고 했다.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센터 곳곳에 CCTV가 달려있는데 자리를 비운 사원은 관리자들이 금세 알아채 쫓아 내려오고 방송으로 노동자 이름을 부르며 작업을 재촉하기도 한다. 이를 '공개처형'이라고 얘기한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엄 전무가 "말씀하신 부분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하자 이 의원은 "그럼 CCTV 증거자료 내실 건가"라고 물었다. 엄 전무는 "의원님이 원하시면"이라고 답했고, 쿠팡 측은 추후 참고자료를 통해 "요청이 있을 경우 법적 검토를 거쳐 CCTV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성하는 자세 없이 시종일관 국어책 읽듯 답변하는 엄 전무의 태도에 송옥주 환노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일침을 날렸다. 송 위원장은 엄 전무가 국감장을 퇴장하기 전 "증인의 답변 태도를 온 국민이 보고 있다"며 "쿠팡에 대한 기업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송 위원장은 "그렇게 불성실하게 답변하면 어떡하나. 사람과 노동을 우선해서 답변해야지, 그렇게 기계적으로 답변하면 어떡하나. 그런 태도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전혀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법적인 부분 때문에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조심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게 대응하면 안 된다. 많은 분들이 진심어린 사과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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