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부품 대느라 24시간 풀가동"

석남준 기자 2020. 10.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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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동박 제조업체, SK넥실리스 정읍 공장 가보니

지난 22일 전북 정읍의 한 공장. 거대한 티타늄 원통(드럼) 수십 대가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원통이 회전할 때마다 금빛의 얇은 막이 곁에 있는 막대기에 돌돌 감겼다. 축구장 한 개 면적의 실내에 일하는 직원은 4명뿐이었다. 막대기가 두툼해지면 천장에 매달려 있는 크레인이 자동으로 끄집어냈고, 어느새 도착한 로봇차가 이를 실어 다음 공정으로 옮겼다.

이곳은 동박(銅箔)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의 4공장이다. 얇은 구리막인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SK넥실리스는 주문량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SK넥실리스 김자선 동박 생산팀장은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고객사의 주문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라고 말했다.

전북 정읍의 SK넥실리스 공장에서 이 회사 김자선 동박 생산 팀장이 5공장 증설 현장을 가리키며 공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넥실리스

SK넥실리스의 전신은 지난 1996년 PC용 동박을 만들었던 LG금속이다. 이후 LS와 KCFT를 거쳐 지난 1월 SKC가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SK넥실리스의 지난 2분기 실적은 매출 763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이었다.

현재 중국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는 수백 곳에 달한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우리 회사의 동박 제조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며 “업계 내 평균보다 5~8년 정도 기술력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을 입증하듯 공장 한편에는 대통령·총리·장관들에게서 받은 표창장이 전시돼 있었다. 현재 SK넥실리스는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 회사뿐 아니라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세계 유수 전기차 배터리 제조 회사에 동박을 공급하고 있다.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 /SK넥실리스

동박을 제조하는 제박기의 원리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922년 특허를 받은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동박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얇고, 길고, 넓은가이다. 그럴수록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 전상현 본부장은 “동박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도금액에 첨가제를 넣는 레시피 기술”이라며 “자체 중앙연구소에서 첨가제만을 연구·개발하는 조직을 두고 신규 첨가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013년 6㎛(마이크로미터), 2017년 5㎛에 이어 지난해 4㎛ 두께의 동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1㎛는 100만분의 1m로, 집에서 흔히 쓰는 알루미늄 포일이 16㎛다. 4㎛의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0일에는 KRI한국기록원으로부터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국내 최고 기록을 인증받았다. 지난 7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기술상인 IR52 장영실상 최우수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SKC의 투자로 SK넥실리스는 세(勢)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과 6월 총 2400억원을 투자해 정읍공장에 5공장과 6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5공장은 67%, 6공장은 10% 정도 공사가 진행됐다. 증설이 완료되면 SK넥실리스의 생산 능력은 현재 3만4000t에서 2022년 5만2000t으로 늘어나게 된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유럽·미주 쪽에 해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태 대표는 “올해 안에 해외 증설이 결정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 기술력에 걸맞은 최신 생산 시설을 확보해 글로벌 최고 동박 제조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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