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움직이자 與 '빅2' 판도 달라졌다 [이낙연-이재명 ③지지율]
여름 기점으로 40~50대 크로스
이낙연 대표 '호남·PK' 강세
이재명 지사 '수도권·TK' 앞서
여권의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양강’을 형성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최근 지지율을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평가할 만하다. 한 때 40%를 웃도는 지지율로 부동의 1위였던 이 대표 지지율이 하향세를 그리는 동안, 10%를 겨우 넘었던 이 지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리며 초박빙 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40~50대에서 지난 7~8월을 기점으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앞지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문재인정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4050 표심’을 확실히 잡지 못한다면 두 사람의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월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가시화되고, 이 지사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며 주목도를 끌어올렸던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친형 강제입원’ 관련 재판에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며 정치적 족쇄가 풀리면서 이 지사는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노무현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큰 40·50세대의 여론 흐름은 전체 판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두 사람 간 전체 지지율 격차도 4월 25.8%포인트(이낙연 40.2%, 이재명 14.4%)에서 9월 1.1%포인트(이낙연 22.5%, 이재명 21.4%)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 관계자는 27일 “4050세대는 가치 중심으로 평가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이 지사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진보적 어젠다로 이들에게 어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는 위기 상황에서 민생 이슈를 치고 나가는 모습이 시원시원해 보이는데 반해 이 대표는 관리만 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별로 하는 게 없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지층은 차기 대선에서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해야 한다는 열망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PK 출신인 점을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명맥이 끊긴 호남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논리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또 다른 유력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한 호남의 이 대표 지지가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대권 스윙보터’인 PK에서도 이 지사를 앞서고 있다. 이 대표가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려면 ‘호남 정치인’ 이미지를 벗어나 영남에서도 고루 지지를 얻어야 한다. PK지역이 영남 공략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이 지사의 수도권 선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9월 리얼미터의 시·도 단체장 지지도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가 68.5%로 4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보수 지지층도 이 지사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라며 “경인 지역의 통근생활권인 서울로도 지지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수도권 외에 이 지사가 최근 고향인 TK(대구·경북)에서 여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그의 ‘확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진보 색채가 짙어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던 그간의 평가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급진적이라는 이미지는 거의 불식됐다”며 “지역주의·이념에 덜 얽매이는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영남권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TK 지지율을 두고 보수층 지지자의 ‘역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 유권자들이 여권 내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에게 표를 몰아주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야권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이 지사가 경북 안동 출신이고, 유력한 야권 후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역선택론은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야권에서 경쟁력 있는 대권 후보가 뜨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두 유력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여전히 4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 간의 경쟁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총량으로 보면 이 대표의 최대 지지율이 40%였고, 지금은 그 지지율을 두 사람이 나눠 갖고 있는 것”이라며 “양강 구도도 좋지만 외연을 끌어당기는 지지율 경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상진 김판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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