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겨레

"성실히 협조하겠다더니"..총알배송 쿠팡, 산재 처리는 7개월째 '늑장'

전광준 입력 2020.10.27. 05:06 수정 2020.10.27. 12:56

"남편이 숨졌을 때는 유족 요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던 쿠팡이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 몰라라 하고 있어요."

지난 3월12일 새벽 배달을 하다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 ㄱ(46)씨의 아내는 산재 신청 절차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애를 끓이고 있다.

함동엽 노무사(노무법인 삶)는 "코로나19 확산 중 ㄱ씨의 죽음이 쿠팡 내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과로사한 첫 사례이기 때문에 회사 쪽이 불리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늑장을 부리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3월 새벽배달 중 목숨 잃었지만
산재 의견제출 요구 수개월째 미적
유족 "GPS 추적 힘들어해"
쿠팡 "근로복지공단 요청 최대한 협조 중"
쿠팡 노동자가 한 아파트 단지에서 샛별배송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남편이 숨졌을 때는 유족 요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던 쿠팡이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 몰라라 하고 있어요.”

지난 3월12일 새벽 배달을 하다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 ㄱ(46)씨의 아내는 산재 신청 절차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애를 끓이고 있다.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ㄱ씨의 산재 신청은 5월18일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됐지만 회사 쪽의 늑장 대응으로 절차가 몇달 동안 지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은 8월10일 ㄱ씨에 대한 특별진찰을 실시하고 같은 달 21일께 쿠팡 쪽에 의견을 구하는 문답 서류를 보냈지만 두달이 훌쩍 지난 23일 저녁 7시50분께가 돼서야 뒤늦게 답변을 받았다. <한겨레>가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회사 쪽에 답변을 요구한 직후였다. 안산병원 관계자는 “통상 문답서에 대한 응답은 10일 안에 오는데 이렇게까지 회사 쪽에서 의견을 늦게 제출한 건 처음 본다”며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쿠팡이 답변을 보내지 않아 진료 결과 제출이 지연됐는데 향후 산재 처리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ㄱ씨의 사인은 과로사일 가능성이 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ㄱ씨의 사망 원인을 ‘허혈성 심질환’으로 추정했다. 허혈성 심질환은 대표적인 과로사 원인으로 꼽힌다. 유족이 제출한 산재 신청 경위서를 봐도 과로사 정황이 드러난다. ㄱ씨는 숨지기 직전 2주 동안 기본물량(140가구)의 50%가 적용되는 신입사원 적응 기간이었는데도 주당 64시간씩 일하며 하루에 많게는 93가구를 방문했다. 230개 넘는 상자를 하룻밤 사이에 운반한 적도 있다고 한다. ㄱ씨의 동선을 보면 배송지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비율이 49.3%로 절반 가까이 돼 업무 강도가 높았다.

ㄱ씨는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유족은 경위서를 통해 “(ㄱ씨가) 7분만 물류(배송)가 멈춰 있어도 (회사가) 실시간 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추적하고 체크해 상황보고를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은 “배송을 독촉하기 위해 알림을 준 게 아니라, 20~30분간 배송이 진행되지 않을 때 사고 발생 여부와 직원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전국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회사 쪽에서는 안전문제라고 주장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받기에는 추궁하듯이 오는 전화도 있었고, 압박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함동엽 노무사(노무법인 삶)는 “코로나19 확산 중 ㄱ씨의 죽음이 쿠팡 내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과로사한 첫 사례이기 때문에 회사 쪽이 불리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늑장을 부리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쿠팡은 “당시 고인은 (입사 후) 적응 기간이라 평균 물량의 60%만 배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주 근무기간 동안 근로시간도 주 평균 47.5시간”이라며 “유족 및 근로복지공단의 자료 요청 등 절차에 최대한 지원·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광준 이재호 기자 light@hani.co.kr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