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권력 적폐와 '똘마니'

허민 기자 2020. 10.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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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일독을 권했던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똘마니즘의 요체는 DNA와 뇌세포와 건(腱)과 근(筋)이 오직 권력 친화적으로만 작동하는 노예근성, 윗분의 얼굴빛은 물론 심기(心氣)까지 살피는 찰색(察色)의 자세, 그리고 정치적 반대자는 가차 없이 공격해 섬멸하겠다는 권력 주구(走狗)의 본능이다.

동물농장에서 권력자인 나폴레옹에게 충성을 다하는 '복서'는 똘마니즘에 충일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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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일독을 권했던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지금 문재인 정권의 모습과 똑같잖아요.” 그는 동물농장의 마지막 구절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소설은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후 신흥 적폐가 된 돼지들이 구 적폐인 인간들을 농장으로 초대해 술판을 벌이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는 말로 끝난다.

동물농장은 구소련 체제를 묘사한 우화이지만 거기 나온 상징들은 강력한 현재성을 발휘한다. 신형 독재로 묘사된 나폴레옹체제는 스탈린의 전체주의이자 동시대 히틀러의 나치체제이기도 하고, 문재인 정권의 섬뜩한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근대 이후 최고의 정치풍자소설이라는 동물농장의 현재적 의미는 정적(政敵)에 대한 증오심을 정권 동력으로 삼는 권력의 선동 방식이나 혁명 후 구체제보다 더한 공포정치로 독재체제를 구축하는 통치 수법 등에서 분명히 발견된다.

기자는 거기에 더해 동물농장의 행간에 드러나는 ‘똘마니즘’을 주시한다. 똘마니즘의 요체는 DNA와 뇌세포와 건(腱)과 근(筋)이 오직 권력 친화적으로만 작동하는 노예근성, 윗분의 얼굴빛은 물론 심기(心氣)까지 살피는 찰색(察色)의 자세, 그리고 정치적 반대자는 가차 없이 공격해 섬멸하겠다는 권력 주구(走狗)의 본능이다. 똘마니즘의 생성·소멸은 권력에 조응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똘마니즘’을 만들어낸다. 동물농장에서 권력자인 나폴레옹에게 충성을 다하는 ‘복서’는 똘마니즘에 충일한 캐릭터다. 복서는 윗분의 똥오줌과 가래와 설태(舌苔)의 때깔까지 살필 태세가 돼 있다. 그가 버릇처럼 되뇌는 말은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인데, 이는 파시즘 체제의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무솔리니는 언제나 옳다”는 구호를 닮았다.

대통령 권력을 에워싼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비서진, 상당수의 장차관과 고위관료 역시 “우리 ‘이니(문재인 애칭)’는 언제나 옳다’는 정신으로 중무장해 있다. 특히 비문·비주류 출신 여권 정치인들에게 똘마니즘은 막강한 친문 팬덤에 올라타고 권력의 떡고물을 챙기게 하는 악마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그건 권력에는 ‘예법’이겠으나 일반 국민에겐 ‘칼’이다. 이들은 권력을 정당화하고 결사 보위하며 정적을 궁지로 내몰 수만 있다면 설혹 궤변론자나 이성 상실자라는 비판을 받아도 관계없다는 듯 행동한다. ‘조국 흑서’ 공저자인 진중권·서민 등이 이들을 비판하면서 똘마니 논쟁이 불붙는 형국이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그의 키즈가 자리하고 있다.

오웰은 그의 다른 소설 ‘1984’에서 권력에 마비돼가는 사람의 정신분열 행태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의 생각은 이중사고의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진실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 도덕을 주장하면서 도덕을 거부하는 것, 민주주의가 아닌 줄 알면서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믿는 것,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필요한 순간에만 기억에 떠올렸다가 다시 곧바로 잊어버리는 것….” 똘마니의 말로는 어떨까. 동물농장의 나폴레옹은 복서를 죽을 때까지 부려먹은 후 도살장에 팔아넘겼다. 잔 다르크의 목숨을 건 충성으로 권좌에 올랐던 프랑스 국왕 샤를 7세는 잔이 적의 포로가 되자 그의 죽음을 방관했다. 그게 똘마니의 운명이다. 추 장관의 별명이 공교롭게 ‘추 다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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