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뿔난 여론..'노재팬' 하더니 중국 앞에선 작아지는 정부

이동우 기자 2020. 10. 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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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AFP(뉴스1)


중국 정부가 6·25 참전 70주년을 맞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조선을 도움)를 띄우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감정이 점차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며 중국은 물론 대응이 미비한 우리 정부에까지 비판 여론이 높아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중국군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행사에서 "중국 인민지원군들이 조국과 인민, 평화를 위해 귀중한 생명을 내어줬다"며 항미원조를 강조했다. 항미원조는 6·25의 중국식 표현으로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한반도를 도와줬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침략자를 때려눕히고, 전 세계를 경천동지하게 했다"며 마치 전쟁의 원인이 한국과 미국 측에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이 때문에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6·25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공식적인 항의나 성명이 없었다. 외교부가 지난 22일 시 주석이 '항미원조' 관련 전시관을 찾아 "(이는) 정의와 평화의 승리"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건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외교·안보라인 장관들의 입장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처음 나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6·25전쟁은) 명백한 남침이고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사주를 받아 (북한이) 남침한 것"이라고 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남침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중국에 대해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그간 반박 입장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해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중국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 초치 등 적극적 유감 표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의 이같은 소극적 대처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유 국가들이 반격하자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 파괴를 확약하며 압록강을 가로질러 수십만 병력을 보냈다"고 꼬집은 것과 대조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中 연예인 활동 막아달라'…하루 만에 1만8000명↑
중국 출신 아이돌 엑소 레이, 주결경, 빅토리아, 성소가 웨이보에 올린 '항미원조전쟁'을 기념하는 게시글. /사진=웨이보 갈무리

조용한 정부와 달리 여론은 중국의 항미원조 주장을 두고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중국의 한국전쟁 역사 왜곡 동조하는 중국인 연예인들의 한국 활동 제재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글은 하루 만에 1만8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글에서 작성인은 "중국은 본인들이 한국을 공격했던 이유가 '미국 제국주의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며 뻔뻔하게 우기고 있다"며 "한국에서 데뷔해 세계적 인지도를 쌓은 중국인 연예인들이 SNS에 관련 글을 게재하며 한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선동에 힘을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역사 왜곡에 동조한 뒤 한국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제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 레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아이오아이의 주결경 등은 웨이보에 항미원조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일본과 비교하며 반중 여론↑ 정부, 일본은 올해 7월에도 초치
아베 정부 규탄 집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지난해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NO 재팬' 운동과 비교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에는 강경 대응하던 정부가 중국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 민간 차원에서도 대중국 압박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7월만 해도 일본이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을 포함한 것을 두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초치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당시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연계해 압박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일본은 엄격하게 대응하면서 중국에는 말을 못하는 게 이상하다", "민간 차원에서라도 중국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 "침략받은 것도 모자라 역사를 왜곡하는 데 강한 항의를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한 임대근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시 주석이 한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미국을 겨냥했기 때문에 이게 당장 한중 갈등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저는 예측을 하고 있다"면서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뢰에 금이 가는 현상 또는 우정에 금이 가는 현상은 조금 당분간 지속하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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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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