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고"..美 반도체 업계 '위기론' 확산

황민규 기자 2020. 10.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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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세계 반도체 생산 80% 점령, 최첨단 칩은 삼성·TSMC에 의존"
"올해 美 반도체 생산능력 中에 추월 당할듯… 대규모 투자 절실해"

미국 반도체 산업 역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인텔이 최근 SK하이닉스에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 현지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미국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텔이 낸드플래시 사업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 근본적 원인은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나타낸 칩 제조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지배해 왔던 인텔은 최근 수년간 미세공정 전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면서 경쟁사인 AMD의 추격을 받고 있으며 영업이익 또한 올 3분기 기준 작년 대비 22% 급감하는 등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미국 반도체전문지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은 인텔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칩 제조 역량이 삼성전자, TSMC 등 아시아 국가의 기업보다 계속 뒤처지고 있으며 이와중에 중국의 SMIC 등 신흥 기업들의 추격은 가속화하고 있다며 위기론을 제기했다.

미국에는 인텔을 비롯해 AMD, 엔비디아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지만, 정작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팹(Fab·반도체 제조공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이 매체의 분석이다. 실제 AMD,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의 칩 생산을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용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미국 기업들의 제조 경쟁력은 끊임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텔의 경우 1980년대부터 칩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해왔지만 201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늘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공정을 선보였던 인텔은 14나노 공정부터 삼성전자, TSMC보다 미세공정 전환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은 "올해의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 TSMC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인 5나노 칩 생산을 시작했지만, 인텔의 경우 아직 이전 세대인 7나노 공정도 완성하지 못했다"며 "인텔과 삼성·TSMC의 기술 격차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벌어져 있으며 이는 경쟁자라고 보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며 혹평했다.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 하나인 SMIC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최곤 7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SIA와 BCG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반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0년 약 3%에서 올해는 15% 수준로 뛰어올라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매체는 또 미국 본토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팹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매체는 "인텔의 오레곤 공장을 비롯해 글로벌파운드리의 뉴욕 공장 등 미국에는 30여개의 팹이 있지만 이중 최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은 없다"며 "글로벌파운드리의 경우 아예 7나노 이후로는 투자 중단을 선언하며 경쟁조차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를 비롯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더 많은 팹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첨단 팹을 건설하는 비용이 100억달러(한화 11조원)~200억달러(한화 22조원)에 달하는 데다 중국, 대만, 한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법인세 감면,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이상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반도체 제조 경쟁력 약화가 결과적으로 국가안보와 연관된 기술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존 네퍼 SIA CEO는 "반도체 제조 기술은 항공우주, 방산 등 국가 전략 기술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경제, 안보 등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처럼 미국도 연방정부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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