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 2500만명 이동'..여행 할인정책 불안한 대박

조은효 2020. 10. 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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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표 정책 1호 '고 투 트래블' 캠페인
일본 국내 여행 35%할인..9월말 이미 2500만명 이상 이용 
日여행업계 "전년 수준 회복했다" 쾌재 
스가 총리, 고 투 연작 시리즈로 소비진작
코로나 3차 확산 '시한폭탄' 함께 작동 
지난 26일 오후 일본 중서부 고베공항. 인파로 가득하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고베·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26일 오후 일본 제3의 무역항이 있는 효고현 고베시 고베공항. 평일 저녁인데도 일본 국내선 탑승장이 인파로 가득찼다. 고베에서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만석이었다. 하네다공항 국내선 역시 붐비기는 매한가지. 도쿄 도심으로 진입하는 게이힌선 내부도 여행용 캐리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 여행업체 니혼료코는 올 10~12월 일본 국내 관광이 코로나 이전의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깜짝 분석을 최근 내놨다. 인기 지역의 경우, 연말연시 여행 예약이 밀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경비의 최대 35%를 할인해주는 일본 정부의 여행보조금 정책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스가 정권과 여행업계가 최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운오리 새끼'였는데...2500만명 이상 이용
현금 살포 정책은 역시 통했다. 정책 시행 초기인 지난 7월 말, 코로나 재확산기, 무리한 정책 시행으로 따가운 눈총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반전'이다. 더욱이 아베 정권 당시, 모두가 반대했다는 정책을 당시 관방장관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밀어붙였다고 하니, 스가표 1호 성공 정책인 셈이다.

지난 9월까지 최근 두 달 간 이 '할인 여행' 정책을 통해 일본 국내 여행을 다녀온 사람만 2518만명이다. 일본 인구(약 1억2650만명)의 약 20%이 이용한 것이다. 단풍시즌인 10월과 11월,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에는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8일 도쿄의 유명 관광지인 아사쿠사에서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지역 전통축제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 뉴스1
고 투 트래블 정책은 숙박여행 7300만명 분, 당일치기 4800만명 분을 예상 수요, 일본 정부 예산 1조3500억엔(약 15조원)이 투입됐다. 여행 대금의 최대 35%(1인 1박, 최대 1만4000엔, 약 15만7000원)이 할인되는데다 숙박지 인근 관광지, 음식점 등에서 쓸 수 있는 최대 6000엔(6만4500원)짜리 쿠폰이 배부되니, 안가면 손해라 여길 정도로 너도나도 여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부터는 그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제외됐던 도쿄가 포함되면서, 일본 각지에서 도쿄로, 도쿄에서 지방으로 여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고 투 캠페인으로 두 차례 관광을 다녀온 도쿄 거주 한 여성(60대 초반) "이미 고 투 캠페인으로 두 번, 세 번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이 주변에 꽤 된다"고 말했다. 여행사가 숙박과 교통을 함께 결합해 파는 상품의 경우, 비싸기로 유명한 신칸센 이용료 약 30만원을 제하고도 숙박에서 추가 할인이 들어가는 상품도 있다. 그는 "예산이 바닥나기 전에 빨리 다녀와야 한다고들 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실제 예산이 빠르게 고갈되면서, 할인율이 대거 축소된 상품이 나오자, 항의가 빗발쳤다. 아카바네 가즈요시 국토교통상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일으켰다"면서 당초대로 예산을 배분하겠다고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지난 26일 일본 나가노에서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 AP뉴시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24~25일 일본항공 (JAL)의 탑승객은 지난달 첫 주 주말인 9월 5~6일 대비 2.3배, 9월 마지막 주말인 26~27일 대비 1.7배 증가했다. 전일본공수(ANA)의 10월 하네다 발착 역시 9월 중순 대비 3.7배 늘어났다. 일본 관광업체인 니혼료코는 지난 7~9월 일본 국내 여행 수요가 전년 동기의 30%정도에 불과했으나 10~12월은 전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연시 역시 예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일본 여행업계 측은 파악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사업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1월까지인 정책 시한을 내년 5월 초 일본 골든위크까지 연장할 것을 주장했다. 자민당에서는 이미 약 100조원 규모의 3차 추경 편성을 주문하고 있다.

고 투 연작 시리즈...외식·이벤트·상점가
'고 투 트래블'로 자신감을 얻은 스가 정권은 당초 계획한 외식 보조금 정책인 '고 투 이트(go to eat)', 상권 부흥책인 '고 투 상점가', 스포츠 경기·전시·공연 지원책인 '고 투 이벤트'까지 추진하고 있다. 여행, 외식, 공연 등 전방위적 직접 보조금 정책으로 소비 진작에 나선 것이다.

외식 보조금책인 고 투 이트의 경우, 1인당 저녁식사 1000엔(약 1만1000원), 점심 500엔(5500원)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금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6일부터 영화, 음악 콘서트 등의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고 투 이벤트 사업 주최자 모집에 돌입했다.

스가 총리로서는 경기 회복이 재임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과감한 현금 살포 작전으로 단기간 경기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시간은 그리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기온이 하락할수록, 코로나 제3차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는 여전히 400~500명이나 된다. 세금으로 지탱하는 '할인 경제'와 코로나3차 확산이라는 '시한폭탄'이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스가 #고투 트래블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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