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인터뷰>김종철 "민주, 이미 기득권 정당.. 재집권 위한 정치만 한다"

조성진 기자 2020. 10.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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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본관 주변을 거닐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진보의 금기 깨겠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

옳은 편이 우리 편이 아닌

우리 편이면 옳다는건 안돼

김봉현 한마디에 정계 들썩

秋장관 독선적 행동 자제해야

연금·노동개혁 과감히 논의

정의당 새로운 어젠다 발굴

진보정당 선명할수록 대중적

경선 참여…차기 대선에 도전

국민의힘엔 김종인·김세연

둘 빼면 아무런 ‘바람’ 없어

지난 9일 선출된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취임과 함께 진보의 금기로 불리는 노동개혁 문제까지 거론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는 심상정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당의 간판에 오르며 진보정당 2기 시대를 열었다. 그는 “새로운 진보 의제를 발굴하면서 동시에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며 “정의당에 다양한 정치인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 연대는 지금 좀 편하려고 종자를 먹는 것과 같다”고 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정의당의 선택이 “과거 기준과 달랐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야당의 존재감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2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해 앞으로 실천하는 것이 걱정된다”면서도 차기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등 거침없이 생각을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정의당은 선명하지 못한 게 더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선명성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얻겠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 처음 원내에 진출했고 의제 발굴에서 상당한 능력을 평가받았다. 과거와 비교해 정의당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10년 동안 굉장히 진보적으로 변했다. 2016년 민주당 총선 공약,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을 보면 노동시간 단축, 문재인 케어, 탈원전 등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진보 의제를 많이 흡수했다. 민주당이 진보 의제까지 포함하지 않으면 다시 집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정의당만의 완전히 새로운 걸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의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수만 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당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는 새로운 의제 발굴이다. 예를 들면, 기본 자산제 같은 것이다. 소득 불평등 문제도 중요하지만, 자산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 현금성 자산, 청년 기초 자산에서 시작해 부동산 자산도 더 연구할 생각이다. 이렇게 정의당만의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려고 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지만 후퇴한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겠다. 노동시간 단축과 법인세 인상 등이 있다. 또 흐지부지된 것이 많다. 셋째는 진보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는 건데, 그게 금기를 깨자는 주장이다.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문제, 저소득층도 참여하는 보편증세 문제가 있다. 공공부문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 복지를 확충하려면 공공부문 확대는 불가피한데 한국의 공공부문 임금이 국제적으로 너무 높다. 이 상태에서는 늘릴 수 없다. 게다가 연금까지 있는 구조다. 어쩔 수 없이 직무급제 같은 걸 도입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개혁과도 연결된다. 진보진영은 물론, 민주당까지 포함해 금기시했던 걸 다 얘기해 보려 한다.”

―셋째 과제는 지지층의 반발이 클 수 있다.

“의외로 현장에 나가보면 터무니없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의견이 꽤 있다. 하지만 퇴직금을 확실히 정산해주면서 통합으로 가면 동의할 수 있다고 하거나 높은 공무원 보험료율을 국민연금과 맞춘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말하는 분들 역시 많다. 차근차근 대화하고 설득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동구조개혁은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나, 노조 역시 고민할 상황이 됐다. 노조원 연배가 높은데 젊은층이 노조에 가입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노동시장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확대, 실업 급여 기간 확대 또는 국가의 재취업 알선·재교육 투자 확대, 산별노조 가입 확대 등이 된다면 덴마크식 유연화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원내 진출 후 20년 정도면 진보정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한 발짝도 못 나간 셈인데….

“두 번에 걸친 진보정당의 거대한 분열이 크게 작용했다. 민주노동당의 2008년 분당, 아주 큰 사건이었다. 민주노동당은 남았지만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중요한 정치인이 진보신당으로 오면서 양쪽이 다 힘들어졌다. 저도 책임이 좀 있다. 이후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졌으나 다시 한 번 분열했다.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의 분열·분당을 거치면서 다음 세대가 육성되지 못했다.”

―당이 앞으로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여야 할 계층이나 대상은 누군가.

“우선은 청년이다. 하지만 청년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은 고용보험에 소득보험을 넣은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법을 발의했다. 자영업자까지 포함해 고용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자는 취업, 실업 상태로 나눌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영업, 폐업 상태만 있는 게 아니다. 소득보험 개념을 넣어서 소득이 대폭 감소하면 일부 보상하는 제도를 생각했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에게 계속해서 접근하려 한다. 그리고 젠더 평등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젠더 문제만 다루는 정당처럼 인식되는데, 그 이유는 정의당만 그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당이 외면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만나 보니 종교계 등 눈치를 보는 듯했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유감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없었다면 현 정부가 낙태 문제에 손이라도 댔겠나.”

젠더 문제는 자연스럽게 민주당 비판으로 이어졌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현 민주당은 집권하는 이유가, 다시 말해 집권을 해서 뭘 하고 싶냐고 했을 때 재집권하기 위해 집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를 어떻게 바꾸나’를 고민하기보다는 목표 자체가 재집권인 것이다.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과감한 발언을 하지 않고 검찰 개혁처럼 물어뜯고 싸우고 이런 것에만 집중한다. 국민이 보면 왜 윤석열 검찰총장하고 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의당이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상식적으로 대응한 것도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민주성을 상실하고 상식과 동떨어지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하는 걸 보며 ‘심각한 문제가 결국 왔구나’ 생각했다. 지지자들은 어떤 정당에나 필요하지만,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흐름은 정당이 제어해야 한다. 제어하지 않으면 그 흐름에 끌려가게 된다. 결국, 옳은 편이 우리 편이 되는 게 아니라 우리 편이면 옳은 게 된다. 그렇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정의당도 불편부당하게, 쏠림 없이 해왔던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어떻게 보나.

“김봉현이라는 사람 말 한마디에 온 정치 동네가 환호와 침묵을 오가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 거기에 추 장관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왜 대드냐’는 식으로 행동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추 장관이 자제해야 한다.”

―지난해 민주당과 손잡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한 건 정의당 나름의 불가피성이 있었다. 하지만 조국 문제까지 편든 건 잘못된 선택 아니었나.

“참 어려운 문제다. 저도 찬성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게 의혹 수준이기 때문에 일단 찬성하되, 다른 문제가 나오면 언제든지 반대할 거라는 입장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선거법 개정을 앞두고 있었고,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는 건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의 문제만 놓고 보면 과거 기준과 달랐던 건 사실이다. 우리 기준에서는 다른 선택을 한 게 맞는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이 142석 정도라면 저쪽에서도 뭔가 유인을 하겠지만, 이젠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웃음) 정의당은 오히려 마음 편하게 할 말을 할 상황이 됐다.”

―노동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이 주목받는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굉장한 보수 정당이다.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겠다는 흐름이 생기면 모르겠는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빼고는 아무런 바람이 없다. 딱 두 명이다. 김종인과 김세연. 그나마 김세연 전 의원은 외부에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자기 하고 싶은 말 다하고 다니는구나’ 정도의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차피 저 사람 조금 있으면 교체될 텐데’라고 생각한다고 본다. 연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임기 끝날 때 목표가 두 자릿수 지지율이라고 들었다.

“임기 중이다.(웃음)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 전에는 도달해야 한다. 득표도 당연히 두 자릿수가 목표다.”

―다른 목표는.

“정의당에 능력 있는 정치인이 많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저기는 선수가 심상정 한 명인 단일선수 팀인 줄 알았는데 축구팀 하나는 만들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 선거는 독자적으로 치르나.

“야당으로서 현 정부나 집권 세력의 잘못된 점을 심판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내년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선거다. 그런데 책임을 안 질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1997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에게 얼마나 많은 사퇴압력이 있었겠나. 그걸 버텼기에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2002년 대선에서도 권 후보가 완주했기에 2004년 총선에서 13% 득표라는 돌풍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선거 연대는 지금 좀 편하려고 씨앗을 먹는 것과 같다. 지금 좀 배가 고프니까 ‘이거 먹어볼까’ 했는데, 막상 먹고 보니 종자였던 거다. 독자성이란 씨앗을 먹어버리면 미래가 없다.”

―2022년 대선에 도전하나.

“도전할 생각이다.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을 굉장히 즐거운 축제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성진·윤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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