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혼 모두 '곤두박질'..코로나 탓만 해도 될까

오현태 2020. 10. 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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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신부 옆에 선 하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 8명쯤 앉을 수 있었던 원형 테이블엔 하객 4명이 떨어져 앉는다. 결혼식장에 들어갈 땐 체온을 재고, 식장 곳곳엔 손 소독제도 있다.
요즘 결혼식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난 12일부터 1단계로 내려가면서 '실내 하객 50명 초과 금지' 규정도 풀렸지만, 결혼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시절이다.

이 때문인지 올해 들어 혼인 건수가 크게 줄고 있다는 통계가 매달 나온다. 웬일인지 이혼 건수도 같이 줄고 있다. '기승전 코로나'면 대부분 문제는 설명이 끝나는 이 시대, 결혼과 이혼 감소도 코로나19 탓일까.

■8월 혼인 18%·이혼 6.6% 감소

통계청이 오늘(28일) 발표한 '2020년 8월 인구 동향' 자료를 보면, 8월 혼인 건수는 1만 5천33건이었다. 지난해 8월보다 3천303건(18%) 줄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보면 혼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올해 혼인 감소는 8월 한 달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1~8월 누적 혼인 건수는 14만 1천400건인데,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만 6천201건(10.3%) 감소했다.

지난해 1~8월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혼인 건수가 8.3% 줄었는데 올해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혼은 최근 늘던 추세에서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 이혼 건수는 8천457건이었다. 1년 전보다 597건(6.6%) 줄었다. 8월 기준으로 2008년 이후 가장 적다.

1~8월 누적 이혼 건수는 6만 9천570건, 지난해 1~8월보다 4천24건(5.5%) 감소했다. 지난해 1~8월엔 전년보다 3.2% 증가였다.


■30대 인구가 혼인 감소 주요 변수

통계청이 혼인 감소의 주요 변수로 꼽는 건 코로나19가 아닌 30대 인구다. 혼인 감소가 올해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인 건수는 2011년까지는 증가와 감소를 오고 가다 2012년부터 계속 줄고 있다. 2012년에는 32만 7천73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3만 9천150건으로 7년 만에 10만 건 가까이 줄었다.

우리나라의 초혼 연령은 남녀 모두 30세를 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남자는 33.37세, 여자는 30.59세다. 30대 인구 변화가 혼인 건수 변화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30대 남성 인구는 2015년 400만 9천262명에서 지난해엔 381만 5천228명까지 줄었다. 30대 여성 인구는 2015년엔 372만 9천210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48만 9천159명이 됐다. 초혼 연령에 해당하는 30대 인구 자체가 줄어드니 혼인 건수도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올해 혼인 건수 감소에 코로나19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 혼인 건수는 혼인 신고 기준으로 집계하는데, 결혼식을 미루거나 취소하면 혼인 신고도 미루거나 취소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큰 변수는 아니지만, 지난해 8월보다 올해 8월엔 혼인 신고를 받는 관공서가 하루 덜 일 했다는 점도 혼인 건수 감소에 영향을 준 요인이다.


■혼인 따라가는 이혼…법원 휴정도 영향

이혼은 결혼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이혼 건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결혼이 늘면 이혼도 늘고, 결혼이 줄면 이혼도 준다는 얘기다.

앞서 살펴본 대로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쳐도 8년째다. 8년 동안 혼인 감소가 누적되면서 올해 이혼 감소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혼은 혼인처럼 계속 줄고 있지는 않다. 2017년에는 10만 6천32건까지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11만 831건으로 다시 늘었다.

결혼 말고 다른 변수도 있다는 얘긴데 통계청이 뽑은 올해의 변수는 '법원 휴정'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법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법원이 몇 차례 휴정했다. 휴정은 8월에도 있었다. 법원행정처는 8월 24일부터 2주간 휴정을 전국 법원에 권고했다.

통계청은 또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외출 자제로 이혼 신고가 지연된 부분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경제 상황 변화도 이혼에 영향을 주는 거로 알려져 있는데, 통계청은 이 부분에 대해선 따로 분석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 위기인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9만 1천160건이었던 이혼은 2003년 16만 6천617건까지 늘어났다.

올해도 경제 위기지만 이혼은 오히려 줄었는데, 다른 양상의 위기인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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