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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59%는 성적 학대..피고인 41.4%는 집행유예

최하얀 입력 2020.10.28. 15:26 수정 2020.10.29. 02:36

최근 3년간 형사재판을 받은 장애인 학대 사건 10건 가운데 6건가량은 ㄱ씨와 같은 성적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017∼2019년 장애인 학대 형사 사건 775건의 판결문 1210개를 분석해 내놓은 '장애인 학대 처벌 실태 연구' 결과를 보면, 성적 학대가 59%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착취(15.5%), 중복 학대(14.5%), 신체적 학대(10.5%), 정서적 학대(0.6%)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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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2017∼2019년 판결문 분석
"장애인학대 인식 부족으로 온정적 판결 많아"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지적 장애인들을 감금하고 강제로 일을 시킨 사건이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줬다. 연합뉴스

#1. 60대 남성 ㄱ씨는 직장 동료인 20대 지적 장애인 ㄴ씨를 집에 바래다주고 밥을 사주면서 친해졌다. 그 뒤 ㄱ씨는 성관계의 의미를 모르는 ㄴ씨를 ‘연습을 해야 한다’고 속여, 주말마다 성폭력을 저질렀다. 대구지방법원은 2018년 11월 ㄱ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 부부인 ㄷ씨와 ㄹ씨는 지적장애인인 40대 남성 ㅁ씨에게 17년 동안 논일과 밭일 등을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ㅁ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나무 막대기나 쇠파이프로 때리고, ㅁ씨의 장애인연금 등을 횡령하기도 했다. 광주고등법원은 2019년 ㄷ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ㄹ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최근 3년간 형사재판을 받은 장애인 학대 사건 10건 가운데 6건가량은 ㄱ씨와 같은 성적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 886명 가운데 41.4%는 ㄷ·ㄹ씨처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8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017∼2019년 장애인 학대 형사 사건 775건의 판결문 1210개를 분석해 내놓은 ‘장애인 학대 처벌 실태 연구’ 결과를 보면, 성적 학대가 59%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착취(15.5%), 중복 학대(14.5%), 신체적 학대(10.5%), 정서적 학대(0.6%)가 뒤를 이었다. 학대행위자의 36.4%는 지인이었고, 모르는 사람(21.4%), 이웃(12.8%), 기관 종사자(8.5%), 가족·친인척(6.9%), 고용주(6.2%)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재판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절반이 채 안 되는 48.1%였다. 징역형·벌금형의 집행유예는 41.4%, 벌금형은 10%였다. 성적 학대의 경우엔 징역형 실형(51%)을 받은 이가 집행유예(45.2%)를 받은 이보다 조금 더 많았다. 반면 신체적 학대는 징역형 실형을 받은 경우(31.6%)보다 집행유예(42.1%)로 풀려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장애인중앙옹호기관은 “장애인 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온정적 판결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적 장애인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먹여주고 재워줬다는 등의 이유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된다는 것이다. 가령, 수십년간 임금 미지급과 폭행, 협박, 강제노동 등이 자행됐던 ‘신안 염전 노예 사건’에서도 재판을 한 20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것은 6건에 불과하다. 송시현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정책위원(변호사)는 “수사기관, 법원 등에서 장애인 학대를 중범죄로 여기도록 양형기준 등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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