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 맞지 않은 당신이 모르는 끔찍한 시나리오
[조용수 기자]
▲ 22일 오전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뉴스의 강력한 효과를 연일 느끼고 있다.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마다 '본인이 아픈 것이 혹시 독감 예방 접종 때문이 아니냐'며 불안을 제기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독감 예방 접종 후 부작용이 생겼다'며 전화 혹은 직접 응급실을 찾고 있는데, '사망'이라는 매우 무거운 책임이 걸려있다 보니 작은 병원들은 경미한 증상만 호소해도 무조건 큰 병원에 가보라며 손사래 치고 있다.
의사나 환자나 온 국민이 백신으로 인한 살해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살인 진드기 사태 이후 또 한 번 온 국민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음을 뜻한다. 다들 이만큼 불안해한다면 어쩔 수 없다. 백신을 아예 전량 폐기하는 게 수순이다. 이제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큰 상황 같으니 말이다. 그 결과 겨울에 열성 질환이 넘쳐나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수도 있지만 뭐 어쩌겠는가? 자업자득인데.
독감접종 하지 않은 당신이 겪을 수도 있는 일들
▲ 독감 백신 접종 독감 백신 접종 |
ⓒ 연합뉴스 |
나는 오늘 독감예방 접종을 안 했을 경우 예견되는 손실을 얘기해주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예년과는 달리 좀 특수한 상황이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격리실이 있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춥고 건조한 날씨와 느슨해진 거리두기 등으로 겨울에 또 한 번 코로나19의 파고가 들이닥칠 게 예상되는 바, 여기에 예방접종 미비로 독감 또한 중복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격리실 부족을 겪고 있는 의료진으로선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독감으로 인해 매년 사망하는 환자 수는 직간접 모두 포함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올해는 아마 그보다 훨씬 높을 거란 게 기정사실이다. 병원 격리구역은 한정된 자원이므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그 한정된 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당신이 독감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하더라도 격리실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든, 독감이든, 감기든, 폐렴이든 수많은 열성질환 환자가 격리실을 기다릴 테니, 당신 또한 대기표를 뽑아 든 채 그제야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펄펄 열이 끓어 일어날 기운도 없는 고령의 어머님을 두고 대한민국 의료환경을 탓하고 있을 것이고, 그때 TV에선 예방 접종률 저하로 독감이 유행해 병원 격리실에 자리가 없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과는 정반대의 소식으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거지.
일각에선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니 예방접종을 일주일쯤 연기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무책임한 주장이다. 장담하는데 일주일 뒤에도 바뀔 건 없다. 지금 의심하는 바는 일주일이 아니고 한 달 뒤에도 똑같을 것이다. 존재를 증명하는 건 쉬워도 부재를 증명하는 건 어렵다. 백신과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없음은 지금 이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 어차피 일주일 뒤에도 누군가는 죽고 있을게 세상이니까. 한 달 뒤에 죽은 사람이 백신 때문이 아니라고 누가 증명서를 떼줄 수 있겠는가?
예방접종은 보통 항체 형성까지 2주 이상이 소요되므로 지금 맞아도 11월 중순이 넘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겨울은 이미 성큼 다가왔고, 이미 주위에서 한두 명씩은 콜록대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독감은 이미 찾아들 채비를 마쳤는데. 우리는 여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이 짧은 시간 같겠지만, 독감은 우리의 사정을 고려해서 도착 시각을 조절해주지 않는다.
작년까지는 독감환자 치료를 걱정해본 적이 없다. 검사하고 치료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으니까. 올해는 다르다. 이것만 기억해둬라. 당신이 코로나19가 아니란 게 입증되기 전까진, 당신은 아마 병원 문턱조차 넘어서기 힘들 것이다. 어떻게든 올해는 독감에 안 걸리는 게 상책이다. 나는 이미 예방접종을 몇 주 전에 마쳤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의사이자,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입니다. 해당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로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적'을 만든 초선의원.. 역대급 '반트럼프' 물결
- 윤석열 총장은 우선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 최대집 '특단의 조치' 엄포에도.. 정부 "의대생 구제 어렵다"
- 내겐 참 이상한 말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지"
- 대학생 개인정보 빼돌려 8년간 엉터리 세금신고한 식당 주인
- [오마이포토2020] 류호정 의원 1인시위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
- '주호영 몸수색' 경호처 "지침대로 했지만, 융통성 없었다"
- 중고교생 80% "정부는 학생 안전보다 시험 성적에 관심"
- 이재명 "올해 14명 사망.. 택배 노동자 안전망 마련해야"
- WTO, 오늘 밤 선호도 조사결과 통보... 유명희 당선 조만간 윤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