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더 큰 평수로 이사' 거래 허가 안 난다?

이가혁 기자 입력 2020. 10. 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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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 큰 평수 집을 사서 이사 가겠다'는 대치동 주민에게 구청 담당자가 "거래 허가 못 내준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종일 화제였습니다. '실수요자들의 거래마저 과도하게 불허한다'는 보도였는데, '진짜라면 황당하다, 실제 있었던 일이냐?' 검증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와 함께 알아보죠.

이가혁 기자, 기사에 나온 사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은 맞습니까?

[기자]

지난주에 실제 그런 민원 상담이 있었던 것은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과 오늘(28일) 저희가 확인한 강남구청 설명이 크게 엇갈렸습니다.

일단 보도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치동에 사는 한 민원인이 강남구청에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평수를 넓혀 이사하려 한다'며 거래 허가가 나겠느냐, 문의했습니다.

구청 담당자가 "왜 40평대로 옮겨 가려고 하냐?" 묻자 민원인이 "애들이 성장해서"라고 답했고, 이에 구청 담당자가 "그러면 허가를 못 내준다"고 했다는 겁니다.

[앵커]

이사 가는데 허가 얘기가 나오는 건 그 지역에 거래허가제도가 적용 중이기 때문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주택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 6월에 국토부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담동,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지역에 집을 사려면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무주택자는 '새로 산 집에서 2년 실거주하겠다' 밝히면 되지만, 유주택자라면 '왜 기존 집이 있는데도 추가로 여기에 실거주용 집을 사는지' 그 이유까지 밝혀야 합니다.

관련 규정에도 이렇게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소명하라"고 돼 있습니다.

[앵커]

기사에서는 A씨가 기존 집을 팔겠다고 나와 있다면서요. 그럼 구청이 더 따져볼 필요 없이 허가를 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죠. 그런데 바로 그 부분에서 양측의 설명이 엇갈립니다.

저희가 민원인 A씨와는 직접 연락이 안 돼, A씨를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쓴 기자에게 확인했습니다.

기자는 'A씨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걸 밝혔는데도 구청 직원이 '불허'를 운운했다'고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실수요자 거래도 불허한다"고 보도했다는 거죠.

반면 강남구청 담당자는 'A씨가 기존 집을 안 팔고 2주택자가 되려는 상황에서 상담을 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규정상 민원인의 추가 취득 사유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었고 불허라고 단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특히 논란이 된 건 '더 큰 집으로 이사 갈 자유마저 막는 거냐' 이런 거였는데요.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평수가 쟁점은 아니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기사에 나온 대로 A씨가 기존 집을 처분한다면, 평수와 관계없이 어디로든 이사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청 직원이 이해했다고 말한 것처럼 A씨가 살던 집을 안 판다면 왜 추가로 집을 사는지 구청에 소명해야 합니다.

구청에 따르면 보통 '통학, 통원 치료, 직장 통근' 등은 불가피한 사유로 보고 2주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평수를 넓히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단지 아파트를 또 사면 '투기 목적으로 의심될 수 있다, 허가가 안 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결국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집을 사기가 어려워진 건 맞으니까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그런 예민한 반응들이 나올 수는 있겠죠.

[기자]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를 막기 위한 일종의 극단적 처방이죠.

다만, 1997년 헌법재판소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법에 따라 처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며 합헌으로 봤습니다.

[앵커]

아무튼 기사에는 'A씨가 기존 집은 팔 계획이었다'고 나와 있다고 하니까 사실이라면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데는 문제가 없군요.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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