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성폭행 당했다" 거짓고소 들통난 꽃뱀 범행

박세진 기자 입력 2020. 10. 29. 06:30 수정 2020. 10. 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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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뜯어내려 했지만..피해자들 합의 거절에 실패
미성년자 포함 6인 모여 역할 분담까지..계획적 범행
© News1 DB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2017년 12월14일 늦은 밤. 미성년자를 포함한 남녀 6명은 부산 북구 한 모텔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일명 '꽃뱀' 범행을 모의하기 위해서였다.

흔히 알려진 각본처럼 남성들에게 접근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가장해 사기를 친 뒤 돈을 뜯어내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이들은 술에 취한 남성을 모텔로 데려간 뒤 성폭행범으로 몰아 합의금을 타내고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자금조달부터 역할분담까지 모든 '판'은 1년전 성범죄 관련으로 복역 후 출소한 A씨(40대)가 짰다.

나머지 범행대상 유인책 B씨(40대), 가짜 피해여성 오빠 역할 C씨(20대), 이모 역할 D씨(50대), 가짜 피해여성 행세는 E양과 F씨(20대)가 담당하기로 했다.

◇두차례 가짜 성폭행 범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

이들의 첫 번째 범행은 다음 날인 15일 저녁 우연을 가장한 합석으로 시작됐다.

유인책 B씨는 평소 알던 김모씨(40대·가명)를 사상구 한 음식점으로 불러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취기가 달아오를 즈음, B씨는 옆 테이블에 있던 E양과 F씨에게 다가가 합석을 제안한다.

짜인 각본대로 '헌팅'에 성공한 이들은 인근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E양은 김씨가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의 수위 높은 스킨십을 허락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범행은 실패한다. 노래방에서 김씨를 유혹해 모텔로 간 E양은 잠든 척했는데 김씨가 깨우자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항의했고, 김씨가 곧장 모텔을 나가버린 것이다.

이후 E양이 산부인과에서 허위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해 받은 진료기록을 김씨에게 보내고 합의금을 받아내려 했으나 김씨는 계속해서 이들을 무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양이 범행에 사용한 대포폰을 분실하자, 범행사실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이들은 결국 김씨를 상대로 한 범행을 중단했다.

이들은 곧장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가짜 피해여성 역할도 F씨로 바꿨다. 이틀 뒤 새벽 이번에도 B씨가 평소 알던 최모씨(40대·가명)를 사상구 음식점으로 유인했다.

같은 방식으로 옆 테이블에 있던 E양과 F씨와 합석한 이들은 이번에도 노래방을 거쳐 최종 범행 장소인 모텔로 향했다. 이곳에서 B씨와 E양은 술을 사 오겠다는 이유로 밖으로 나왔다.

둘만 남은 공간에서 F씨는 잠이 든 척했고 최씨가 성관계를 시도하자 잠에서 깬 척을 하며 오빠역할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황한 최씨는 황급히 모텔에서 빠져나갔고 이후 본격적으로 협박을 받게 된다.

이들은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성폭행 사실을 캐물으며 압박한다. B씨와 이모 역할 D씨는 최씨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거나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는 합의를 거부했다.

◇허위사실 고소까지 했지만 무혐의…되레 재수사서 들통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이들은 최씨가 F씨를 성폭행했다는 허위 내용으로 고소장까지 제출했다. 이후 재판에서 B씨와 F씨는 '범행 전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하기도 한다.

재판 결과마저 '혐의없음'으로 나왔고, 이번에는 최씨가 되레 법원에 항고를 제기하면서 이들 범행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부산고검이 '재기수사명령'을 내려 시작된 재수사에서 검찰이 이들의 허위진술과 조직적인 범행 등을 밝혀낸 것이다.

지난 5월7일 검찰은 미성년인 E양을 기소유예하고 나머지 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이후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윤동현 판사는 총책 A씨와 유인책 B씨, 피해여성 역할 F씨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오빠역할 C씨에게는 징역 1년4개월을 판결하고 이모역할 D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성범죄 관련 무고 범죄는 특수성 고려

재판부는 "강간 등 성범죄에 관한 무고 범행은 특수성이 있다"며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이에 성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강화됐으며 양형기준 또한 대폭 상향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범죄는 사회적,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커 가해자로 지목되면 명예, 사회적 지위, 유대관계가 파괴되고 가족들까지 비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사정을 성범죄에 관한 무고 범행의 죄질을 평가하는 데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일부가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으며 피고인 C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범행을 자백하고 있어 법률상 감경사유로 적용된다"며 "이밖에도 피고인들의 연령과 환경, 범행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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