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법치주의>검찰개혁 내세워 검찰장악.. 진보서도 "후대평가 두렵다"

이희권 기자 입력 2020. 10. 29. 10:30 수정 2020. 10. 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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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다. 윤석열 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한 현직 검사는 "돌이켜보면 현 정권이 검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앞으로 검찰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말이었던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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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증권범죄수사단 폐지

권력비리 수사한 검사들 좌천

공수처 법안은 경찰까지 반대

“文정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다. 윤석열 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지난 8월 16일 이원욱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돌연 이 같은 말을 내놓았다. 180석 거대 여당의 현직 3선 의원이 난데없이 현직 검찰총장을 ‘주인을 무는 개’에 빗댄 문제의 발언은 당내 ‘친문(문재인 대통령)’ 세력의 표를 얻겠다는 구애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한 현직 검사는 “돌이켜보면 현 정권이 검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앞으로 검찰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말이었던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본격적으로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핵심 국정과제로 꼽았던 ‘검찰개혁’의 실체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현 정권의 법무부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당부한 문 대통령의 말만을 믿고 집권 세력에 칼을 들이댔던 검사들을 줄줄이 지방으로 좌천시키고 사표를 받았다. ‘힘 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의 범죄를 수사하겠다고 만들어진 검찰 특수수사부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번 정부에서 그 명패를 떼고 문을 닫았다. 직제개편을 통해 정권수사는 실종됐고 그 틈을 타 라임·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범죄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정권이 완성을 앞뒀다고 자평하는 ‘검찰 개혁’은 이제 처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전 정권들과 다를 바 없는 ‘검찰 장악’으로 변질되며 법치 붕괴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법치를 수호해야 할 정부 부처와 그 책임자인 장관이 검찰 수사의 영역에마저 진영 논리에 따른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기준도 상실한 채 엉망진창이 된 채 추락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진보성향의 한 대학교수마저 “이대로라면 현 정부의 검찰개혁도 후대로부터 도저히 좋은 평가는 못 받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저서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일”로까지 꼽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역시 ‘초법적 정권 친위대가 될 것’이라는 각계각층의 우려에 위헌 논란까지 겹치며 대검찰청과 대법원에 이어 경찰청까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입법·행정·사법부의 권력분립, 즉 견제와 균형을 기본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신구속을 포함한 강력한 권한을 가진 사법기관 사이에 권력통제가 필수적임에도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기관인 공수처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직 부장판사는 “언제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짓밟는 괴물로 돌변할 위험성이 높은 기관을 우리 손으로 꼭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정부 여당은 야당이 끝내 협조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공수처를 연내에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브레이크 없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겠다’며 출발했던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이제는 그 자신이 도리어 브레이크 없이 독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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