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족에 왜 40평 필요" 구청 공무원의 황당 발언

김태준,이축복 2020. 10.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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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 강남서
공무원 유권해석 월권논란
"거주이전 자유 위배" 반발

◆ 전월세 시장 혼란 ◆

'4인 가족이 살기에 충분한 평수'를 실수요자가 아닌 구청 공무원이 판단해 물의를 빚은 사례가 나왔다. 강남구청이 평수가 넓은 집을 사서 이사하려는 주민에게 사실상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인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때부터 예견된 촌극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6월 말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바 있다.

A씨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에 거주하고 있는데, 자녀 두 명이 성장해 같은 단지 내 전용 114㎡ 아파트로 이사 가기 위해 관할구청 담당자와 통화했다. A씨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집을 사서 이사를 갈 수 있느냐"고 묻자, 구청 담당 공무원이 "30평도 큰데 왜 40평이 필요하냐"며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해당 대화는 실제로 A씨와 담당 직원 간에 오갔던 얘기로 확인됐다.

29일 강남구청 토지거래계약허가 업무 담당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구체적이고 객관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강남 사시는 분들이야 재력이 있으니 얼마든지 넓혀 갈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은 집 없어서 못 사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이렇게 30평에서 40평으로 (가는 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어 "제 개인적으로는 30평도 크다고 생각하고 일단 허가구역이기 때문에 조금 힘들 것 같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인접 시군으로 옮겨야 하는 게 있어야 한다"며 "직장은 서울인데 경기도에서 출퇴근하기 멀다든가, 자녀 교육 때문에 온다 하면 그런 정도는 (허가)해준다"고 답했다. '기준이 주관적이지 않냐'는 질문에는 "최대한 같게 잡으려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려) 한다"면서도 "이렇게 욕먹어가면서 왜 해야 하나, 저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마저도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지만 어쨌든 '강남에 살아야 할 합리적 이유'는 강남구청이 정하는 꼴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헌법 가치인 개인의 거주 이전 자유를 사실상 침해했고 강남권 옥죄기 정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는 "이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일어난 과잉 제한 사례로 보인다"며 "넓은 평형으로 이사하는 것을 막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공산주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자 소송감"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아직 정식으로 구청에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낸 건 아니다. 다른 강남구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신청이) 온 게 아니고 전화로 평수를 옮기려는데 허가가 가능한지 문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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