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공평하게 분배해야 경제 손실 줄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되는 백신이 최근까지 약 165개 이상 개발되고 있다. 이 중 10여개는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백신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특정 국가들이 백신을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국제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이같은 ‘백신 민족주의’로 전 세계가 연간 1조 2000억 달러(1359조 원)의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도 연간 361억 달러(41조 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 비영리 정책연구단체 ‘랜드 유럽’은 백신 민족주의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이달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재정에 여유가 있는 일부 국가는 자국민이 맞을 백신을 개발이 완료되기 전부터 구매하는 백신 민족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84개국이 백신을 전 세계에 공평하게 공급하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동참하고 있으나 필요한 비용 20억 달러(2조 2650억 원)를 모으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고소득 국가가 백신을 구매하는 비용을 대면 저소득 국가에도 백신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연구팀은 백신 접근이 불평등해질 경우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백신 접종에서 배제된 국가의 경제 상황이 나빠진다면 이 국가와 무역으로 연결된 다른 국가들 또한 경제적 피해를 받게 된다. 연구팀은 백신이 아예 없는 시나리오, 백신 민족주의로 일부 국가만 백신을 확보한 경우, 저소득국가만 백신에서 배제된 경우 등으로 나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백신 민족주의로 일부 국가만 백신을 가졌을 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연간 최대 1조 2000억 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이 연간 3110억 달러(약 352조 원)로 가장 큰 손해를 보고 미국이 1270억 달러(144조 원), 중국도 1100억 달러(125조 원)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361억 달러(41조 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저소득 국가만 백신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1350억 달러의 GDP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백신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연간 3조 4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GDP 총합인 87조 2652억 달러의 3.9%에 해당되는 규모다. 백신이 없는 경우 한국은 연간 795억 달러(90조 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백신을 고르게 분배할수록 GDP 손실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가 이기주의에 빠질 게 아니라 백신을 전 세계에 공평히 공급하는 게 오히려 막대한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저소득국가 모두에 백신을 고르게 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50억 달러(28조 3000억 원)로 추산했다. 반면 백신을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고소득 국가가 받는 피해는 연간 약 1190억 달러(134조 7600억 원)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고소득 국가가 백신 공급비를 지불하면 비용 대비 이익은 4.8대 1”이라며 “고소득 국가는 1달러당 약 4.8달러를 돌려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코 하프너 랜드 유럽 수석경제학자는 “이 연구는 전염병에 맞서 싸우기 위한 다자간 노력이 공중보건 관점뿐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고소득 국가가 백신 개발과 배포를 추진해 나머지 세계가 가능한 한 빨리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실질적으로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프너 수석은 또 “코로나19로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감안할 때 백신 제조 연구 및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전염병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 열쇠”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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