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심근경색·뇌출혈 임박한 때 독감백신 맞아 숨진 것"

김민욱 2020. 10. 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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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전 예진받고 있다.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람이 72명으로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부검결과 등을 근거로 독감 백신이 사망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29일 백신을 접종했다.


이달 19~25일 신고 집중
29일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72명(29일 0시 기준)으로 신고됐다. 사흘 전 발표 때보다 13명 늘었다. 70대 이상 사망자가 62명(86.1%)에 달했다. 60대는 2명, 60대 미만이 8명이었다. 70대 이상 사망자는 이달 19~25일 신고가 집중(62명 중 53명)됐다. 19일은 만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이 시작된 날이다.

질병청은 최근 추가 신고된 사망자 25명 역시 독감 백신 접종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표적인 독감 백신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사망자와 같은 날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다수가 중증 이상 반응 사례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만 62~69세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시작한 26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40명 부검 중 다른 사인 11명 확인
또 심혈관·뇌혈관계 질환이나 당뇨, 만성 폐질환 등 지병을 앓고 있던 사망자의 경우 기저질환 악화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원석 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이 기저질환자의 사망에 이르는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직접적 사망원인인) 심근경색, 뇌출혈 등이 임박한 시기에 백신을 맞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지병을 악화한 방아쇠가 아닌 ‘상황’일 뿐이라는 의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 다른 사인이 드러난 경우도 있다. 11명 사망자가 해당한다. 대동맥박리나 뇌출혈, 폐동맥 혈전색전증 등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접종 후 사망자 72명 가운데 유족이 동의한 40명을 부검했다. 나머지 29명 역시 현재 백신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이들에 대한 추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선규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지금까지 검토한 71명의 사망사례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 간 인과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며 “백신(품질) 재검정이나 국가예방 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의사협회 30일부터 접종 재개 권고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회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당분간 유보해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접종 후 사망사례 신고 건수가 이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의협은 회원들에게 30일부터 접종을 재개해달라고 했다.

의협은 권고문을 통해 “정부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접종을 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 불안과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협은 “독감 유행 시기가 다가오고 또 완전하지는 않지만 질병청을 중심으로 사망 신고 사례에 대한 지속적인 의학적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접종 재개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흥덕보건소서 백신 맞아
한편 정은경 질병청장은 29일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다. 정 청장은 올해 만 55세다. 국가 무료예방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줄이려 접종했다. 정 청장은 접종 후 30분간 보건소에서 머무르며 이상반응 여부를 살폈다.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수정 :
“백신이 기저질환자의 사망에 이르는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직접적 사망원인인) 심근경색, 뇌출혈 등이 임박한 시기에 백신을 맞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 게 질병청이 아니라 이날 백브리핑에 참석한 전문가의 발언으로 확인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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