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 민원 막으려고 취수구 안 닫아"..위험 내몰린 하청노동자
[앵커]
지난 일주일 일하다 숨진 노동자 현황 살펴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지난 22일부터 어제(28일)까지 사망 노동자 22명입니다.
"너무 힘들어요."
택배기사 김 모 씨가 숨지기 며칠 전 동료에게 보낸 이 문자,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택배업계의 현실입니다.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하고 법적 보호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오늘(29일) 나온 국가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입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은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다."
얼마나 많은 희생이 더 뒤따라야 이 당연한 권리,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대한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어제 대구 달성에 있는 가창 댐에서 수중 안전진단을 하던 잠수사가 취수구에 빨려 들어가 숨졌는데, KBS 취재결과, 댐을 운영하는 대구상수도본부가 사람이 들어가 작업을 하는데도 설비를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청업체 잠수사 46살 A 씨는 어제 가창댐에서 안전진단을 위해 물속을 탐사하다가 실종됐습니다.
오늘 수면 10m 아래 취수구 배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취수탑 점검을 위해 수심 3~40m 아래로 내려갔다가 취수구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취수구는 댐에 저장된 물을 정수장으로 보내는 설비로, 가동하면 취수구 주변의 물을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들입니다.
KBS 취재 결과, 사고 발생 당시 이 노동자는 취수구가 가동 중인 상태에서 작업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구 상수도사업본부는 안전 관련 법규에 따라 잠수 작업을 하기 전에 취수구를 닫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수돗물 단수 민원을 우려해 취수구 밸브를 잠그지 않은 채 잠수 작업을 하도록 시킨 것입니다.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가창 쪽하고 수성구 파동, 상동 이쪽 일대가 물이 안 나갈 수가 있거든요. 단수를 얼마 동안 해야 할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그렇게 진행이 된 거죠."]
또, 당시 현장에는 안전을 지도 감독할 상수도본부 직원도 없었습니다.
[류제모/민변 대구지부 사무국장 : "산업재해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식의 문제기 때문에 산업재해를 선택과 배려라기보다는 책임과 의무라는 인식이 좀 더 널리 퍼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대구 상수도본부와 용역업체,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각각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그래픽:인푸름
이지은 기자 (ea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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