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제철이라더니..얼굴보기 어렵고 너무 비싸네"

이비슬 기자 2020. 10. 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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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코로나19 영향으로 생산량 급감
가격 전년比 51% 올라..김장 때 굴 빼야하나 '고민'
© 뉴스1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찬바람이 불면서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이 제철을 맞았다. 하지만 올해는 굴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가격도 50% 가까이 올라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처럼 제철을 맞은 굴이 실종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굴 소비량이 감소하자 지난 여름 양식업체들이 저마다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름 내내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도 굴 성장을 방해하면서 공급량이 줄었다. 배춧값과 각종 양념 가격까지 오른 상황이어서 김장을 앞둔 주부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30일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지난 22일 진행한 '2020년 초매식'에서 굴(10㎏)은 평균 단가 10만6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평균단가 7만원보다 약 51.4% 상승한 수준이다.

굴 초매식은 굴수하식수협이 경남 통영의 수협 공판장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경매로, 그해 굴 가격 동향과 작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올해는 굴 생산량이 부족해 행사를 한 주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굴 산란기인 지난 6~8월 기상 조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름 내내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굴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바다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경우 육상으로부터 유입한 오염물질이 빗물과 합쳐져 밀도층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밀도층이 수면 아래의 산소 투과를 방해한다. '빈산소 수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바닷속 용존 산소 농도를 3㎎/ℓ 이하로 떨어뜨려 여름철 양식 수산물이 질식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생굴 생산량은 7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줄어들었다.

지난 22일 굴수하식수협 위판장에서 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굴 4만1650㎏이 평균단가 10만6000원에 거래됐다. (굴수하식수협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올해 굴 양식 업계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 가지 못했다. 굴은 양식업자가 직접 채취 시기와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그해 미처 팔지 못한 굴이 해를 넘겨 '월하굴'(입식 2년차 굴)로 판매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매장 굴 소비량이 줄어들자 양식업체들이 일제히 생산량을 줄였다.

굴수하식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 매장의 굴 소비량이 실제로 많이 감소했다"며 "어민들이 양식하는 굴의 양을 자체적으로 조절하다 보니 전체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양식업체들은 올해 굴 가공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굴을 반으로 갈라 속살을 발라내는 과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예년만 해도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작업했지만, 올해는 감염을 우려한 작업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생산 과정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주로 일당을 받으며 소일거리로 작업에 참여하던 어촌의 고령 어르신들의 참여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통영의 한 굴 양식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다 보니 작업장에 나오는 아주머니들이 예년만큼 많지는 않다"며 "자녀들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해서 작업을 못 나온다는 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 빈산소 수괴 현상 영향으로 굴 뿐만 아니라 홍합·가리비·멍게 생산량도 크게 줄며 생산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겨울 제철을 맞은 이들 어패류 수급이 어렵다보니 시중에 풀린 굴을 모두 사들여 굴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굴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겨울철 김장 부담도 커졌다. 올해 태풍 영향으로 채소 가격도 오른 데 이어 굴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김장을 줄이거나 미루는 소비자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굴 생산량이 줄면서 출하 초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다만 10월 말부터 굴 출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겨우내 생산량에 따른 가격 변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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