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혁신적 나노 건축물 구현"

방은주 기자 2020. 10.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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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철 교수 연구팀, 단백질로 엮어낸 이중나선 개발

(지디넷코리아=방은주 기자)KAIST(총장 신성철)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 최명철 교수 연구팀이 나노소재의 기초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새로 발굴했다고 30일 밝혔다. 몸속에서 미세소관을 구성하는 '튜불린(Tubulin) 단백질'을 나노공학 측면에서 재조명해 거둔 성과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이준철 박사과정과 송채연 박사(아모레퍼시픽 R&D 센터)가 공동 제1 저자로 또 최명철 교수가 교신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9월 17일자 표지논문(Back Cover)으로 게재됐다. (논문명:Tubulin Double Helix: Lateral and Longitudinal Curvature Changes of Tubulin Protofilament)

자연계와 산업계 나노소재들은 놀라울 정도로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구조들의 기본 형성원리는 작고 단순한 단위체들의 고유 형태가 전체구조를 결정한다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곡면 구조를 만들려면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지는 최소 두 종류의 분자들을 이어 붙여야 한다. 예를 들어, 세포막의 경우 발아와 융합 과정에서 막의 곡률이 역동적으로 변하는데, 이는 형태가 다른 여러 종류의 인지질 분자들이 혼합돼 있어 가능한 특성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생명 현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세소관의 특이한 성질에 주목했다. 미세소관이 성장과 붕괴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곡면을 오직 한 종류의 단위체인 튜불린 단백질만으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미세소관 (Microtubule)은 튜불린 단백질로 이뤄진 긴 튜브 형태의 나노 구조물이다. 물질 수송의 고속도로, 세포 분열 과정의 분자기계 역할을 수행한다.

(왼쪽부터) 이준철 박사과정, 송채연 박사, 최명철 교수.

연구팀은 튜불린이 수직한 두 방향으로 접히는 독특한 성질에 핵심이 있다고 판단, 튜불린의 형태 변형을 인공적으로 제어하겠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은 후 곧장 연구를 시작했다. 튜불린 단백질의 접힘을 제어하는 분자스위치를 찾고자 한 것이다.

튜불린이 강한 음전하를 띤 단백질이라는 점을 감안해 양전하 중합체인 폴리라이신(poly-L-lysine)이 미세소관의 구조를 변형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가속기 X선 산란장치를 이용해 옹스트롱(Å, 100억 분의 1미터)의 정확도로 측정하자 DNA 이중나선 구조의 결정적 증거가 된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포토 51'과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다. '포토 51(photo 51)'은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촬영한 DNA의 엑스선 회절 이미지로,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이 결과는 튜불린들이 두 줄씩 길게 늘어선 '튜불린 이중나선' 구조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튜불린을 두 방향으로 접을 수 있는 분자스위치를 찾아냈다. 분자스위치의 크기와 개수를 조절함에 따라 최 교수 연구팀은 단일 벽 나노튜브에서 이중벽 나노튜브로 변환하거나 이중나선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한 성과를 거뒀다고 KAIST는 설명했다.

두 방향으로 접히는 튜불린 단백질을 이용한 튜불린 이중나선 형성 이미지.

KAIST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 몸속 세포물질을 그대로 이용, 자연의 설계를 뛰어넘어 혁신적인 나노건축물을 구현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튜불린 단백질을 나노소재 기초물질로 활용하게 해줄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명철 교수는 "이 논문을 계기로 튜불린을 나노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이라면서 "새로운 바이오-나노기술의 특이점이 될 선도적 연구"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나노미터 크기의 광학, 전기, 의료 소재를 개발하는 플랫폼으로는 물론 모터 단백질 키네신과 결합해 분자기계를 개발하는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향후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가진 나노소재를 만들어낼 '튜불린 나노공학'의 발전 기반 조성과 함께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분자스위치는 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앞서 연구팀은 이 분자스위치를 이용한 튜불린 나노소재의 의료적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튜불린 나노튜브를 항암 약물의 일종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의 만능 전달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결과를 지난 8월 20일자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지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 방사선기술)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IST의 지원을 받았고,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소각 X선 산란 장치를 이용해 실험을 수행했다.

방은주 기자(ejbang@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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