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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이수정 "장관이 범죄자 조언으로 정의실현? 좋아할 사람은 범죄자뿐"

김현미 기자 입력 2020.10.30. 10:37 수정 2020.10.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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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 합류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범죄심리학 제1 원칙 “범죄자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피해호소인’ 용어 비판하자 악플 시작, 시간 아까워 고소 안 해
●‘스토킹처벌법’ ‘조두순 보호수용법’ 통과가 목표
●여성 안전과 인권 위한 일이라면 여야 안 가리고 협력
●‘양성평등’을 경선 키워드로 끌어낸 것이 내 방식의 정치
●막말, 언행불일치 후보자들 긴장해야 할 것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조영철 기자]
20대 남성이 교제를 거절한 여성에게 앙심을 품고 여성의 집을 찾아가 사제 폭탄을 터뜨렸다. 남성은 "만나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다음날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역시 거절당하자 손에 든 폭탄을 터뜨려 자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7일 전북 전주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스토킹이냐 아니냐 갑론을박이 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별한 관계가 아니고, 1차 스토킹이 있었던 3년 전과 비교해 그사이 꾸준히 괴롭힘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자해였던 만큼 피해자와 가족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수정(56)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사람이 죽어야 스토킹이라고 할 텐가. 피해자는 3년 전에도 스토킹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범죄처벌법에 근거한 '지속적 괴롭힘'의 대가는 기껏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합리적 공포가 있다면 적극적 예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범죄라는 스토킹에 여성들 '개죽음'

올해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1심 판결이 난 살인사건 1333건을 분석한 결과 파트너 살인(전‧현 배우자나 이성친구를 대상으로 한 살인)이 336건으로 25%에 이르렀고, 그중 스토킹을 하다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가 38%나 됐다.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40%가 넘는다. 경찰이 스토킹을 철저히 단속하고 예방했다면 40%의 여성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가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참여해 1호 법안으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만든 것도 여성들의 '개죽음'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의 골자는 스토킹 범죄에 포함되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2차 피해 예방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두거나 훼손하는 행위'로 스토킹 유형을 명확히 규정하고 '지속적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해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징역 5년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프로파일러도 비켜가지 못한 '악플'

이수정 교수가 7월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이어 10월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진 뒤 '악플'이 쏟아졌다. 'TV에 자주 비치더니 결국 정치하는 거냐' '국회의원 하고 싶어 xx난' 식의 욕설이 도배되자 이 교수는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내 평생 올해만큼 악플을 많이 받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관심과 여권의 경계에는 그 나름 이유가 있다. 그는 20년간 경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법무부 교정행정자문위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법원행정처 등록 전문심리위원, 대검찰청 전문 수사자문위원‧과학수사자문위원, 경찰청 평가위원‧과학수사자문위원, 여성가족부 정책위원, 청소년보호위원 등 공익활동을 해왔을 뿐 아니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해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알리고 전자발찌 도입에 앞장서며 1세대 프로파일러로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해에는 영국 BBC 방송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BBC는 이수정 교수가 한국에서 많은 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했고, 스토킹 방지법 도입과 법 체계 개선에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파일러 교수도 비켜가지 못한 것이 '악플 세례'였다. 

-상대를 괴롭혀서 나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악플과 스토킹은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특정인에게 쏟아지는 악플은 우리 편에 서지 않으면 이렇게 공격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상징적 희생타로 삼는 것이다. 우리 편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상자로 하여금 말을 못하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나 역시 근거 없는 불안감이 생기려 하더라. 연예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자살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저녁에 댓글을 읽고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아침에 다시 보니 우스웠다. 그런 일에 두려움을 느꼈다면 지난 20년간 수많은 범죄자와 피해자를 만나는 일을 어떻게 해왔겠나. 일주일쯤 지나니까 일상으로 돌아오더라. 그게 큰 경험이 됐다. 이유 없이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보다 응원까지는 아니어도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소? 안 한다. 그 자체가 시간 낭비다." 

이 교수는 악플과 관련해 한 인터뷰에서 "냄비가 계속 끓지는 못한다. 물이 다 마르면 냄비가 타고 끝날 것"이라며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그냥 피해자다" 한 마디가 일파만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호칭 논란 때부터 악플 공격의 대상이 됐다. 

"당시 여당 쪽에서 '피해호소인' '피해호소여성'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에 대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생방송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가 딱 잘라 '피해호소인이냐 피해자냐'고 묻기에 '그냥 피해자다'라고 대답한 것이 일파만파가 됐다. 방송 뒤 난리가 났다. 어느 법에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있나. 피해호소인이란 용어의 함의가 아직 피해가 입증이 안 됐으니까 너는 피해자가 아니라는 건데, 일단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해 사건화 되면 법률적으로 피해자다. 그렇다고 다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혐의가 있으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 받고 재판 받으면 된다.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법에 호소하고, 가해자도 유무죄를 가릴 기회가 있다. 그런데 피해자라고 부르면 마치 가해자로 지목된 쪽이 억울한 것처럼 취급하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안 불러주면 국가가 왜 있나. 나는 지난 20년 동안 여성들의 죽음, 억울한 피해에 대해 이야기해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할 말을 한 것뿐이다. 그 발언이 왜 특별하게 취급돼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박 전 시장 사건은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될까. 

"심리학자로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충분히 공감한다. 그 결과로 공소권 없음이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해도 피해자는 피해자다. 범인을 못 잡으면 피해자가 아닌가. 공소권은 없어지고 사실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워진 피해자에게 '4년간 가만히 있다 왜 이제 와서'라고 의심하거나 '네가 가해자다'라고 비난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야한 옷을 입고 다니니까 성범죄를 당하지'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지금까지 죽은 피해자 사진을 수없이 봤다. 너무 많은 개죽음을 봤기 때문에 그들이 죽어가면서 내게 남긴 숙제가 뭘까 생각한다. 개죽음을 당했다고 피해자라 불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피해자를 중심에 둔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성폭력특위는 입법 참여 기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운데)가 8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 왜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합류했나. 

"국민의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법안을 마련하는 데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아닌 일반 시민이 입법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 거다. 옛날에는 그냥 문제가 많구나 생각만 했는데 성폭력특위에 들어가니까 법안을 만들고 국회의원이 발의하면 첫 단추가 꿰어지겠구나 싶더라. 물론 법사위 통과는 다음 문제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스토킹방지법과 보호수용법부터 시작했다. 대학원생들과 '입법' 대화방을 만들어 밤을 세워가며 전 세계 자료를 찾아 공유하고 토론했다. 우리 연구자들 대부분이 보호관찰관, 경찰, 변호사 등으로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 그렇게 현장에서 나온 문제점을 정리해 우리가 초안을 잡고 국회의원들이 법안 형태로 다듬었다. 양금희 의원이 '보호수용법 제정안', 경찰 출신 서범수 의원이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08년 경기 안산시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조두순은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조두순의 12월 출소를 앞두고 국회에서 발의돼 일명 '조두순 격리법'이라고 불리는 '보호수용법'은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에도 검사의 청구에 따라 별도 시설에 격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살인·성폭행 범죄를 반복해 저지르거나 13세 이하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제2의 조두순은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보호수용법은 인권 침해 논란이 남아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보호관찰 심사를 하다 보면 조두순보다 더한 사람도 많이 만난다. 이런 사람들은 전자발찌만 채워놓으면 안 된다. 조두순이 무서워 피해자가 이사를 가는 게 말이 되나."

‘양성평등 실현'을 경선 키워드로 만들어

-입법이 목표였다면 여당과 함께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나. 

"내가 17대 국회부터 민주당을 도왔다. 김상희 국회부의장,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이 토론회를 한다고 하면 달려가 발표도 하고 사회도 봤다. 그런 만큼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정말 컸다. 부동산 관련법들이 저렇게 쉽게 통과되니 여성의 안전과 관련된 법도 쉽게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이 터지니까 모두 입을 닫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여성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있다고 다 같이 말했다면 왜 내가 주목을 받았겠나. 아무도 말을 안 하니까 내가 했을 뿐이다." 

-성폭력특위는 입법을 위해 참여했다 치고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에 들어간 것은 예상 밖이다. 

"내가 유일한 비정치인으로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에 들어간 이유는 딱 하나다. '양성평등'.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이미지는 양성평등과 거리가 멀었다. 일단 여성을 비하하고 막말하는 사람은 후보가 되면 안 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공영홈쇼핑 대표가 젊은 여성 의원에게 '어이' 하고 부르는 모습을 보지 않았나. 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들을 향해 '연약한 여인'이라고 한 것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태도와 관점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성 남성 중심 사회가 갖고 있는 가치체계다.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거다. 국민의힘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으니까 나를 부른 것 아닌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존재 자체가 상징적인데 국민의힘에서 내가 그 역할을 하려 한다." 

이 교수는 10월 이후 왜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에 합류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그때마다 "능력이 같다면 남성이 아닌 여성 후보를 내는 데 힘을 싣겠다" "여성에 대한 일종의 인권침해 문제로 비롯된 선거인 만큼 이번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판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등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해 왔다. 

-목표하는 대로 경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나. 

"10월 19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는 '양성평등 구현'을 이번 재보선의 최우선 기조로 내세운다고 발표했다. 원래 양성평등이 다섯 번째였는데 그날 회의에서 내가 강력히 주장해 1번이 됐다. 5번이 1번이 된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 아직 양성평등 지표를 어떻게 경선룰에 반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11월이 돼야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만약 공천 심사위원으로 직접 후보를 뽑을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생각은 없지만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범죄심리학을 하다 보니 사람 분석을 잘 하는 편이다. 사람 분석을 할 때 제1 원칙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지 않는다'이다. 우리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그만큼 입에서 나오는 얘기와 행동을 인내심 있게 살펴본다. 가능하면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입수할 수 있는 모든 기록을 살펴본다. 그래야 평소 뱉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들은 다 조기유학 시키면서 한국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위선은 금방 가려낼 수 있다. 그것이 내 방식의 정치다. 반드시 정당에 가입해야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

-지금 한 범죄자(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가 법 체계를 흔들고 있다. 어떻게 보나. 

"범죄자가 구치소에 앉아 검찰을 훈계하다니 진짜 웃기는 일 아닌가. 법무부와 검찰, 여야 간 싸움을 붙이니 얼마나 재미있겠나. 범죄자의 조언을 받으며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장관님은 범죄자들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얼마나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교도소를 다녀보면 숨 쉬는 것 말고는 다 거짓말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들은 일단 거짓말을 하고 본다. 거짓말을 100개 해서 한두 개라도 통하면 이득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범죄자를 면담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한 기록을 거의 암기하다시피 한다. 이런 준비 없이 범죄자의 거짓말부터 마주하면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런데 이런 범죄자를 정의구현 하는 내부고발자로 만들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가치체계가 흔들리고 잘잘못이 애매해지면 제일 좋아할 집단은 범죄자들이다." 

21대 국회에서 '스토킹처벌법'과 '조두순 보호수용법'이 발의되며 첫 단추를 꿰었지만 이수정 교수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5월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n번방 방지법'은 서둘러 만들다보니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랜덤채팅 앱을 통해 성매매를 제안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아동유인방지법'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는 범죄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터무니없이 낮다. '의제강간'(상대방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만 13세 미만의 아동과 성행위를 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것) 기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어린애들과 채팅하며 성기 사진은 왜 보내나. 싱가포르처럼 그런 행위가 누적 적발되면 징역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잠입수사, 함정수사도 허용해야 디지털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 

이 교수가 이처럼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아동 성범죄가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조건만남을 하다 임신하고 출산하면 다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거나 죽인다. 날로 늘고 있는 아동학대 치사 사건의 가해자가 알고 보면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발언 기회가 있다면 매체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이유는 법과 제도,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다. n번방 사건과 랜덤채팅 앱, 권력형 성범죄, 아동학대, 데이트 폭력, 연쇄살인, 디지털교도소 등 범죄는 나날이 복잡하고 교묘한 형태로 진화하는데 이를 처벌하고 예방해야 하는 법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래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강의하고 자문하고 방송에 출연하고 인터뷰도 한다. 그에게 왜 욕 먹어가며 이 많은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1999년 경기대 대학원에 범죄심리학과가 개설된 후 4, 5월 야외활동이 늘어날 무렵이면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 '여성이 성범죄를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곤 했다. 그것이 얼마나 이상한 질문인가.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당했다는 전제가 깔린 질문 아닌가. 성범죄는 예쁜 여자만 당하는 것도 아니고 야한 옷을 입고 다닌다고 당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이 사회가 성범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부당함을 바로잡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년 동안 떠들었더니 이제 그런 수준의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얼마나 다행인가."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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