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0조 투자사들 경고 "삼성·한전 석탄사업 재정적 위험 안게 될 것"

최우리 입력 2020. 10. 30. 11:46 수정 2020. 10. 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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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대표 에릭 페데르센 인터뷰
21개 글로벌 투자사 "석탄발전 투자 말아야" 서한
서한 주도 에릭 페데스렌 "주주 요구 받아들여야"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전력,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에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르디아의 에릭 페데르센(Eric Pedersen) 책임투자 대표. 노르디아 자산운용사 제공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석탄발전 퇴출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2일 베트남 붕앙2 화력발전 사업에 투자를 최종 결정한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한국 기업은 전세계 투자회사 21곳으로부터 ‘신규 석탄 발전 투자 중단’과 ‘베트남 석탄 발전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받았다. 이들 회사가 운용하는 자산은 4조7천억 유로(6204조원)다.

<한겨레>는 이 서한 발송을 주도한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르디아(Nordea Asset Management)의 에릭 페데르센(Eric Pedersen) 책임투자 대표와 27~28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문 대통령 탄소 중립 선언 이전이었다.

이 투자회사는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의 금융회사를 합병해 2000년에 설립됐다. 2007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PRI)에 북유럽권 최초로 서명한 뒤 모든 투자를 결정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을 따지는 책임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7월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세계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브라질 조타베에시(JBS)에서 4000만 유로(약 527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현재 운용자산은 지난 3월 기준 2230억유로(294조원)이다.

그는 서한을 받은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지난 27일과 28일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기존에 투자하기로 한 베트남 붕앙2 화력발전은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석탄발전소 건설이 완료되면 재정적, 평판적 위험을 안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왜 이런 서한을 보냈나.

“우리는 붕앙2 석탄 발전 사업을 우리가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들의 재무 및 평판 ‘리스크’(위험)가 된다고 본다. 고객인 투자자들, 시민사회, 정치권으로부터의 투자 중단과 철회 압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할 것이다. 이를 따져보면 석탄발전 투자는 결코 좋은 사업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20년에 거대한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서한에는 노르디아 그룹 이외에도 20개 투자기업이 동참했다. 생각이 다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나.

“우리가 접촉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즉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에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꽤 명백한 이유가 있다.”

기후위기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고 석탄화력발전 수요가 줄어들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나.

“우리는 기업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살펴본다. 대부분의 경우 이 둘은 서로 함께 움직인다. 우리가 이런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붕앙2 석탄발전 투자 기업을 향한 압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업이 끝나기 전에 취소되거나,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된 후 취소되거나, 투자금을 갚기 전에 폐쇄해야하는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재정적으로 위험하다. 또 외부 영향을 고려할 때도 2020년 석탄에 대한 투자는 매우 잘못된 답이다. 기후변화를 늦추지 않으면 (인간은) 멸종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책임투자’가 왜 중요한건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맞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투자를 하는 것은 사업적으로도 좋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탈탄소로의 전환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끌어선 안된다. 이는 기업 당사자를 포함해, 모두를 힘들게 만들 뿐이다. 지금 천천히 가면 나중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18년 10월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금융기관 탈석탄 재생에너지 투자선언 서명식에서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 연금공단 관계자가 지구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안하는 공동노력에 동참한다는 협약서에 서명한 뒤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대 연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동참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업들은 그들의 이사회 결정을 두고 완전한 자율권을 갖는다. 하지만 투자자들 역시 그들의 의견을 전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스스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대로 그들의 돈을 배분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기업이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까.

“경험상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없더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주들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 주주들의 요구가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기업으로선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게 맞다.”

서한을 보낸 한국 기업들로부터 응답이 있었나.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은 신규 사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지만 붕앙2 발전 등 기존 사업은 포기하지 않았다.

“(신규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가리켜) 우리는 이 현명한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신규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기존 사업은 유지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의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의 목표가 충족되려면 석탄에 대한 의존은 끝나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석탄발전소들이 완공됐을 때 이 사업은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적, 평판적 위험을 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우선 첫번째 반응을 얻었으니 대화를 더 한 후 다음 단계를 평가하려한다.”

2010년대 들어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투자 흐름이 이어져 오고 있다.

“매일같이 더 많은 글로벌 자산관리자와 자산 소유자들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자산에 (자신의 자산이) 노출되는 것을 줄인다고 발표하고 있다. 석탄은 가장 분명한 목표물이다. 내년 3월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새로운 지속 가능한 금융 공개 규제(SFDR)’ 등은 이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다. 미래의 투자 흐름에서 많은 부분을 배제하고 싶지 않은 기업들은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지난 8월26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석탄발전 대탈출!' 탈석탄법 제정 캠페인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탈석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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