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평검사 저격'에 검사들 댓글로 성토 '반발 확산'

임재우 2020. 10. 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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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윤석열에서 평검사로 전선 확대
최재만 검사 글에 댓글 200여개 달려
"담벼락 낙서 심정" "일방 개혁 안돼"
"비판 억압" "정치중립 위태" 줄댓글
추미애 장관의 페이스북 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며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를 공개저격하면서 촉발된 검사들의 ‘연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추 장관의 ‘평검사 저격’을 계기로 수사지휘권 발동, 공개감찰 지시 등으로 누적된 내부 불만이 무더기 댓글 형식으로 폭발하는 모양새다.

최재만(48·사법연수원 36기) 춘천지검 검사가 29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장관님의 에스엔에스(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는 30일까지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전체 검사 10명 중 1명꼴의 의견 표명으로, 추 장관의 ‘평검사 공개저격’이 내부 비판을 억압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는 견해가 담겼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8일 이환우(44·39기) 제주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자신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이튿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적었다. 이 검사가 동료 검사 협박죄로 체포된 피의자를 상대로 가혹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와 함께였다. 추 장관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낸 평검사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세우며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전선을 평검사로까지 확장한 셈이었다. 내부 비판에 대한 추 장관의 과잉반응에 한 검사는 댓글에서 “독단, 억압과 공포는 개혁이 아니다”라고 했고, 다른 검사는 “권력자의 뜻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자마자 공권력과 여론이라는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탄압한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내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민주주의”, “올바른 검찰개혁과 이를 위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응원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지만, 정치적 중립성도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한 검사는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헐뜯고 억압하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공존하는 진정한 검찰개혁을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다른 검사는 “제가 배워온 사법체계의 중립성이 이토록 위협받는 시기에 ‘담벼락에 낙서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댓글을 단다”고 적었다. △추 장관이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낼 때 쓰는 ‘커밍아웃’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 △검사들이 공감을 표시하기 위해 ‘나도 커밍아웃 한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맥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검사들의 이런 ‘댓글 릴레이’ 상황에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2007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소극적 수사 등을 거론하며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 자성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글에 대해선 “물타기로 들린다”는 등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지방검찰청의 한 형사부 검사는 “국정감사 이전만 해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다툼을 ‘윗동네 일’ 정도로 여겼던 평범한 검사들도, 장관이 직접 평검사를 ‘청산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을 보고 ‘내 일이 됐다’고 충격을 느낀 것 같다”며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말을 듣겠다던 장관이 정작 일선에서 이견이 나오자 ‘너 역시 적폐’라고 힐난한 셈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대검 기능을 무력화하고 수사 자체에 개입할 위험이 있어 이차적·최후적 수단이 되어야 할 수사지휘권이나 감찰 등이 너무나 쉽게 활용되면서, 일선 검사들은 정치가 검찰권 행사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고 느끼는 찰나에 ‘평검사 저격’으로 불만이 폭발한 것 같다”고 짚었다.

국정감사 국면에서 연출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정면충돌은 두 사람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도를 나란히 떨어뜨렸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추 장관에 대한 긍정 평가율은 7월 조사(40%) 때보다 8%포인트 하락한 32%였다. 윤 총장 긍정 평가율도 4%포인트 내린 39%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추 장관의 ‘평검사 저격’과 이어진 집단반발 상황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인데도 추 장관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 하락 폭이 윤 총장보다 컸다.

임재우 장나래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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