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9일 킹크랩 작동을 둘러싼 그날의 진실은?

2020. 10. 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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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항소심 쟁점 ①] 김경수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봤을까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오는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작년 3월 첫 공판이 시작된 지 1년 7개월여만이다. 작년 1월 끝난 1심에서 김 지사는 댓글조작을 통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의 피해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다. 이들은 그러나 정작 공식적으로 피해를 호소한 적은 없다. 또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죄는 95년 신설된 이후, 김 지사처럼 징역형이 나온 것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 죄를 판단하면서 법 신설 이후 최고형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당선 무효형 기준은 공직선거법 위반 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사법 위반 시 금고 이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 간 제한되고, 징역형을 받으면 10년 간 제한된다. 앞으로 있을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 김 지사의 정치생명이 걸린 셈이다.

이례적으로 긴 시간 진행된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었을까. 허익범 특검 및 김 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와 김 지사측 변호인의 주장이 맞선 쟁점을 정리했다.

1심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의 패배였다. 그리고 항소심이 시작됐다. 분위기는 달라졌다. 서울고법이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심에 준하는 2심 재판이 시작됐고, 오는 11월 6일 선고를 앞두게 됐다.

김경수 지사 측 대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1심에서 떠오르지 않던 쟁점이 새롭게 등장했다. 특히 1심 유죄의 근거가 된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지켜봤다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산채)의 '킹크랩 시연'을 두고 김 지사 측이 타임라인을 재구성해 특검의 기존 주장을 적극 반박하기 시작했다. 김 지사 측은 '시연을 보지 않았다', 특검 측은 '시연을 봤다'고 각각 주장해 비교적 단조로운 대립으로 보였던 당일 타임라인은 특검 주장의 신빙성을 타격하고 있다.

결국 항소심에서 그날의 타임라인은 핵심으로 부각됐다. 드루킹 김동원 씨가 김 지사를 따로 만나 포탈사이트 기사 댓글 및 공감/비공감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했는지 여부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8시7분 킹크랩 구동 시간...그날 타임 라인은 무엇을 말해주나?

1심에서 특검은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 단계에서부터 관여했고,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이 같은 특검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2심에서 김 지사 측은 타임라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킹크랩 시연 당일의 시간대별 행동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특검 측 주장에 반박했다. 항소심에서 변호인단은 김 지사 수행비서의 당일 구글 네비게이션 동선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동선에 따르면, 김 지사는 당일 오후 6시50분경 경공모 사무실에 도착했고 오후 9시14분경 떠났다. 도착 시간은 특검이 제시한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증언에 의존해 떠난 시간을 구성했던 특검과 달리, 김 지사가 제시한 수행 비서의 타임라인은 떠난 시간이 정확히 기록돼 있다.

타임라인에 따르면 수행비서는 수행비서는 당일 차량으로 여의도에서 파주로 이동해 김 지사를오후 6시 50분경 '산채에 내려주고, 혼자 식사를 위해 근처 식당으로 이동해 오후 7시1분경부터 7시20분경까지 머물렀다. 이후 다시 산채 근처로 돌아와 오후 7시33분경부터 9시14분경까지 체류한다. 그리고 9시15분경 산채를 떠난 것으로 나온다.

또 다른 움직일 수 없는 시간대는 바로 킹크랩이 구동된 시간, 즉 네이버 로그 기록으로, 오후 8시 7분~23분으로 되어 있다. 특검은 그 중에서 오후 8시7분부터 약 2~3분간 시연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타임라인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주장이 갈린다. 1심에선 거의 없었던 논쟁이다.

먼저 김경수 지사 측의 주장. 여기에 '닭갈비 저녁식사' 논쟁이 등장한다. 김 지사 측은 6시 50분에 산채에 도착해 포장된 닭갈비로 산채에서 15명 정도 함께 40~1시간가량 식사하고, 이후 1시간가량 간담회을 한 후 9시 15분에 떠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사와 간담회가 이어졌고, 따라서 시연은 보지 않았고 인사를 한 후에 떠난 것이다.

반면 특검과 드루킹, 그리고 경공모 측 증인들은 6시 50분에 산채에 도착해 1시간 가량 간담회를 한 후(김 지사가 닭갈비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8시 7분 부터 대략 15분 언저리까지 시연을 지켜보고, 이후 10분, 최장 30분까지 더 산채에 머물다가 곧바로 떠났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일당의 증언에 따르면, 간담회 시간은 1시간 정도로 진술상 거의 이견이 없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김 지사는 8시 25분에서, 늦어도 8시 45분에 산채를 떠난 게 된다.

그렇다면 9시15분에 떠난 것으로 나오는 수행비서의 타임라인상 기록과는 엇갈린다. 비어 있는 시간이 30분에서 50분간 차이가 난다. 특검의 설명과 달라지는 것이다.

항소심 과정에서 특검은 이같이 비어있는 시간에 대해 시연이 끝나고 김 지사와 드루킹이 20분간 독대를 했다면서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특검 측은 또한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에 좌표, 지도 경로 등이 불분명한 면이 있다며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재반박했다.

'닭갈비 저녁식사'가 중요해 진 이유...8시7분에 김경수는 있었나?

여기에서 '닭갈비 영수증'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김 지사가 당일 산채 사무실에서 저녁식사를 했는지, 몇분 동안 했는지 여부가 킹크랩 시연 타임라인 등과 연동되며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탓이다. 닭갈비 영수증은 1심때도 제출됐던 것이지만, 당시에는 역시 식사 여부 등 자체가 쟁점이 되지는 않았다.

특검 측은 '오후 6시 30분경 사무실에 오기로 했던 김 지사의 도착이 20분가량 늦어진 탓에 경공모 회원들이 근처 닭갈비집에서 따로 저녁식사를 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당시 식사를 한 증인들 사이에서도 증언이 엇갈린다. 닭갈비를 식당에서 먹고 왔다는 증언, 닭갈비를 포장해 와 먹었다는 증언 등이 혼재돼 있다.

그런 가운데 항소심에서 지난 6월 22일 18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닭갈비식당 홍모 씨의 증언이 나왔다. 특검은 그간 닭갈비 영수증 테이블 번호를 근거로 김 지사를 뺀 나머지 경공모 회원들이 따로 식사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닭갈비식당 사장 홍 씨는 "닭갈비 영수증에 찍힌 테이블 번호 25번은 가공의 테이블 번호로 포장 판매할 때 쓰는 번호였다. 총 23인분 정도 포장해드렸다"고 증언했다. 홍 씨는 특검 수사 당시에도 '닭갈비를 포장해갔다'고 답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홍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특검이 수사보고서 중 일부를 왜곡해 작성한 셈이 된다.

이 증언은 포장해 온 닭갈비로 김 지사와 경공모 회원들이 저녁 식사를 했을 가능성에 신빙성을 더해 준 셈이다.

드루킹의 말도 계속 바뀌었다. 그는 처음 닭갈비 식사를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이후 김 지사와 식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포장된 닭갈비로 사무실에서 식사를 했다"는 김 지사 측 주장에 신빙성이 실린 셈이라, 이 증언은 공판 당시에도 크게 화제가 됐다. "닭갈비는 김 지사 없이 경공모 회원들끼리 식당에서 먹었다" 특검 측의 주장이 탄핵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일 '드루킹' 김 씨가 부인에게 보낸 텔레그램에도 '2016. 11. 9.에는 닭갈비를 사와서 대접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변호인측은 김 지사에게 식사를 주지 않은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두고 지금처럼 기억에 혼란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하며 "저녁식사 시간 어렵게 초대한 손님을 밤 9시가 넘도록 굶기고 간담회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 김 지사 주장대로 사무실 닭갈비 식사가 사실이라면, 결국 8시 7분 로그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된 특검 측의 당일 타임라인은 모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핵심인 8시7분의 '로그기록'을 중심으로 보자. 일단 닭갈비 저녁식사를 한 것이 되면 식사 시간을 빼고 7시40분~8시경 간담회가 시작됐다는 증언이 힘을 얻는다. 간담회에 대략 1시간이 걸렸다는 일치된 증언들을 토대로 보면, 8시40분~9시경에 간담회가 끝나야 맞다. 그렇게 되면 8시7분의 로그기록은 김 지사와 별도로 발생한 기록이 돼 버린다. 즉 김 지사에게 시연했다는 드루킹의 주장의 신빙성이 낮아진다.

그렇지 않다면, 닭갈비 식사를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매우 빨리 했거나, 닭갈비를 먹으면서 간담회를 진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당시 경공모 회원들의 증언과 달라져 버린다.

이런 상황은 김 지사 측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특검이 '로그기록이 곧 시연'이라고 주장한 것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로그기록이 곧 시연'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로그 기록이 곧바로 시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김 지사와 공간만 같이 했을 뿐, 드루킹 일당이 평소에 하던 테스트를 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모두 1심 유죄 판결의 핵심 증거였던 로그 기록 시간을 유지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1심 로그기록이 항소심에서는 거꾸로 특검의 발목을 잡는 핵심 증거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2심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른바 '묵언(默言) 시연'도 논란 중 하나다. 항소심 재판정에서는 당일 저녁 8시 7분, 드루킹이 김경수에게 보여줬다고 하는 킹크랩 프로토타입 16분짜리 시연 동영상이 재현됐다. 특검은 드루킹이 이를 시연하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킹크랩 동작은 매우 복잡했고, 특검은 재판부에 관련 동작들의 의미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에 판사가 "(김경수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시연을 한 게 맞느냐"고 재차 확인해 묻기도 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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